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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응답하라 1996년 15대 총선

입력
2016.01.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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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5대 총선 때 YS(김영삼)는 현역 대통령임에도 여당인 신한국당 승리를 위해 깊숙이 개입했다. 여당 총재를 겸하고 있어서기도 했겠지만 수시로 수도권 경합 지역에 출마한 신한국당 후보들에게 전화를 걸어 독려했다. 부진한 후보에게는 “이거밖에 못하나”라고 호되게 나무랐다.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는지 전화선을 통해 A4용지 뒤적거리는 소리도 전해져 왔다고 한다. 바로 전해 지방선거에서 정계에 복귀한 DJ(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에 참패한 뒤 정권 차원의 위기를 느낀 듯 YS는 작심하고 나섰다.

▦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는 며칠 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인터뷰에서도 일단이 드러난다. “내가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할 정도로 비민주적이고 탈법행위가 있었다”고 했다. 후보 교통정리를 하면서 “다 돈 주고, 상대방 약점을 건네고 했다”고도 했는데, 여기에는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의 개입이 있었다. 안기부 계좌에서 나온 1,000억원대 선거자금이 신한국당 후보들에게 살포된 실상은 ‘안풍’(安風) 사건 재판에서 잘 드러났다. 공식후원금과 별도 조달자금 등을 포함하면 3,000억원 넘는 돈이 선거에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 정보기관이 건넨 상대후보 약점은 구전(口傳) 홍보를 통해 위력을 발휘했다. 문민정부라고 했지만 15대 총선은 그렇게 최악의 혼탁선거로 치러졌다. 당시 수도권 한 선거구에 영입된 운동권 출신 여당 후보는 상대후보 측 우호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요청까지 해 청와대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어쨌든 YS의 올인과 판문점 북풍 사건, 야당 분열 등에 힘입어 신한국당은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뒀다. 전통적으로 야세가 강했던 서울에서 여당이 제1야당을 크게 앞선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 YS의‘정치적 아들’이라며 지난해 YS서거 때 상주 역할을 했던 김 대표의 15대 공천 비판에 YS차남 김현철씨가 발끈하고 나섰다. 누구나 인정하는 개혁공천을 비난하는 게 정치적 아들이 할 일이냐는 것이다. 자신의 상향식 공천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치적 아버지조차 비판하는 정치는 비정하다. 하지만 ‘권력자’가 주도하는 전략공천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지금 새누리당 내 친박계가 집요하게 매달리는 전략공천도 예외일 수 없다. 20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우리 정치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지평선/2016-01-31(한국일보)
지평선/2016-01-31(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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