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전면 폐쇄 항공기 수백편 결항
관광객 수만명 발 묶이고 바닷길도 끊겨
7년 만에 한파주의보 도심도 텅텅 비어
제주섬이 32년만의 폭설과 한파, 강풍 등으로 고립됐다. 제주국제공항이 전면 폐쇄되는 등 하늘길은 물론 바닷길도 끊겼다. 제주도심에도 역대 세 번째로 많은 눈이 쌓이면서 이례적으로 제주 전 지역이 월동장구 없이 차량운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24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쯤 제주에 최대 12㎝의 눈이 쌓인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1984년 1월 13.9㎝ 이후 신(新)적설량으로는 32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쌓인 것이며, 역대 기상관측 이래 세 번째다. 또한 한라산 등 제주 산간 지역을 제외하고는 눈이 잘 쌓이지 않는 제주지역 특성상 도심에 10㎝ 이상 적설량을 보인 것도 매운 드문 일로, 기상관측 이후 현재까지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또 제주에는 폭설과 함께 7년 만에 한파주의보까지 발효됐다. 기상청은 지난 23일 오전 11시를 기해 제주도 전역에 한파주의보를 내렸다. 제주도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지난 2009년 3월13일 이후 7년만이다.
이처럼 기록적인 폭설과 추위로 제주를 잇는 하늘길과 바닷길 모두 끊겼다.
제주공항은 전날에 이어 24일에도 폭설과 난기류 현상이 발생,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활주로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다. 당초 제주지방항공청은 23일 오후 5시50분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만 항공기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었지만, 기상악화가 이어지면서 운항 중단 시간이 최소 18시간을 넘게 됐다.
이 때문에 제주를 찾은 관광객 등 수만 명이 발이 묶였다. 23일 제주 출발편 기준으로 140여편의 항공기가 줄줄이 결항된 데 이어 24일 낮 12시까지 운항하기로 계획된 국내선 및 국제선 출ㆍ도착편 180여편도 모두 결항이 결정됐다.
이 때문에 제주공항이 정상화되면 제주를 빠져 나가기 위해 관광객 등 3~4만명이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예상돼 극심한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앞서 23일부터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제주공항에 머문 체류객도 1,0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종이박스나 맨바닥에서 노숙을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한라산 등반에 나섰던 등반객 350여명도 고립됐다가 긴급 후송됐다.
지난 23일 오전 10시를 기해 한라산에 대설특보가 발효돼 입산이 전면 통제돼 한라산 성판악 코스로 올라갔던 등반객들이 한꺼번에 하산했다. 하지만 등반객 수가 너무 많고 폭설로 버스 운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등반객들이 추위 속에 고립됐다. 결국 제주도는 전세버스 등 4대를 투입해 특별수송에 나서 등반객들을 하산 조치했다.
또 같은 날 오후 2시41분쯤에는 한라산 1100도로 천백고지휴게소 인근 도로상에서 한라산 등반객인 남성 2명과 여성 1명 등 3명이 고립돼 도로관리사업소 제설차량에 구조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43분쯤에는 서귀포시 5.16도로 숲터널 인근에서 시외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 받으면서 승객 5명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제주시 도심지역도 23일부터 많은 눈이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제주 전 지역에 월동차량 없이는 차량운행이 어려운 상황이며, 도민들도 외출을 자제하면서 도심 곳곳이 텅텅 비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도로가 얼어붙어 교통안전과 보행안전에 특히 주의해야 하며, 중산간 지역 비닐하우스와 축사시설에서도 눈 쓸어내리기 등 폭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