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종합중공업회사인 현대로템이 필리핀에서 5,300억원 규모 지하철 사업 ‘턴키’(일괄입찰) 수주에 성공했다. 경영난으로 희망퇴직을 접수 중인 상황에 날아든 오랜만의 희소식이다.
현대로템은 필리핀 현지 시행청인 ULC사와 전동차 108량 및 신호ㆍ통신ㆍ전력 등을 포함한 총 5,300억원 상당의 마닐라 지하철 사업(MRT7)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MRT7은 마닐라 퀘존 시티(Quezon city) 노스 에드사(North EDSA)역에서 불라칸(Bulacan)주 산호세델몬테(San Jose Del Monte)역을 연결하는 신규 지하철이다. 현대로템은 전동차 및 기전시스템을 오는 2019년 하반기까지 제작 및 납품한다.
이는 현대로템이 필리핀에서 따낸 사업들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게다가 해외에서 전동차뿐 아니라 기전 시스템 전체를 함께 수주한 것도 역대 처음이다.
현대로템은 필리핀에서의 이전 사업 실적이 좋은 점수를 얻어 최종 입찰에 뛰어든 일본 경쟁사를 꺾었다. 1996년 마닐라 지하철 1호선에 경전철 28량을 납품하며 처음 필리핀에 진출한 현대로템은 2004년 마닐라 2호선 전동차 72량을 제작했고, 2009년에는 필리핀 철도청의 디젤동차 18량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마닐라 2호선 전동차는 필리핀에서 가장 좋은 전동차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마닐라 전동차에 대한 호평과 서울지하철 9호선 등 국내 턴키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로 최근 몇 년 간 해외 수주전에서 고전했다. 2012년 약 1조7,000억원이었던 해외 수주액은 2014년 6,000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800억원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현대로템은 이날까지 과장급 이상 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014년 연말에 이어 12년 만의 희망퇴직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목표치를 정해 놓은 게 아니라 얼마나 접수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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