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어왔지만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너무나 지키고 싶고, 살리고 싶은 존재들인 동물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황윤(44)씨가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동물권을 내세우는 국내 첫 정당인 녹색당 비례대표 1번이다. 녹색당은 23일 동물권선거운동본부 출범식을 갖고, 당이 추진하는 동물권 정책과 함께 동물권과 관련한 토크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황 감독은 야생동물 다큐멘터리 3부작 ‘작별’ ‘침묵의 숲’ ‘어느 날 그 길에서’로 부산국제영화제, 야마가타(山形)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이미 국내외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개봉한 생활밀착형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으며 서울환경영화제 한국환경영화 경선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잘나가는 영화인이 갑자기 정치인이 되겠다고 나선 이유가 궁금했다.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정치인이 되겠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평소 존경하는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부터 강하게 권유를 받았다. ‘아들 도영이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 줄 거냐’는 말이 나를 흔들었다.” 영화로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고,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녹색당이 내세우는 주요 정책은 ▦동물권 ▦탈원전 ▦40만원 기본소득 보장 ▦농업강화이다. 이 가운데 동물권의 핵심은 헌법에 동물 보호 의무를 국가의 의무로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정책이 너무 이상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법은 동물이 생명으로 명시되고 존중되기 보다는 소유물로 규정되어 있어 동물의 권리보다 학대하는 사람의 소유권을 더 존중하는 상황”이라며 “법을 바꾸지 않는 한 동물학대는 개선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독일은 생명으로서 동물의 권리와 국가의 동물보호 의무가 헌법 명시되어 있다, 또 최근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동물학대범을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로 규정하고 범죄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녹색당은 이와 함께 공장식 축산이 아닌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그는 “토건사업이나 공장식 축산에 대한 지원에 예산을 낭비 하지 않으면 동물복지를 위한 축산업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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