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브, 조금 다른 섹스의 모든 것' '혐오에서 인류애로'

동성애 문화를 다룬 뮤지컬 '킹키부츠'. 한국일보 자료사진
퍼브, 조금 다른 섹스의 모든 것
제시 베링 지음, 오숙은 옮김
뿌리와이파리 발행ㆍ352쪽ㆍ1만8,000원
혐오에서 인류애로
마사 누스바움 지음, 강동혁 옮김
뿌리와이파리 발행ㆍ336쪽ㆍ1만8,000원

“당신은 성도착자, 변태다. 그것도 뼛속까지, 골, 수, 변, 태.” 본문 첫 문장이다. 머릿 속이 복잡하다. ‘음란마귀’ 신동엽처럼 수줍게 볼을 붉히며 더듬더듬 고해성사라도 해야 하나. 아니면 “아니 사람을 대체 뭘로 보고” 소리부터 질러야 하나.

‘퍼브, 조금 다른 섹스의 모든 것’은 스무살 때 커밍아웃한 게이 심리학자의 질펀한 수다다. 우리 모두 조금씩은 변태이니 성 문제에 너무 그렇게 쫀쫀하게 굴지 말라는, “너 진짜 이런 거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니?”라는 희롱이다. 퍼브(Perv)는 변태성욕자, 성도착자를 일컫는 ‘pervert’다.

저자가 이런 주장을 하는 건 게이 대표선수로서 이성애자들에게 그간 받은 상처를 보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저자는 어느 순간 갑자기 깨달았단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게이나 레즈비언이 아니라는 점을. 지금 그들은 온갖 대중매체에서 자랑스럽게 활동하고 있고, 또 열렬한 지지자들이 넘쳐난다.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다른 이유도 아닌, (동성애자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불안 속에서 살고 있”는 동성애 반대론자들이다.

“인터넷의 등장은 포르노 소비를 위한 조건의 완전 집합을 창조했다.(…)2010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중 4,000만명이 포르노 단골 소비자다. 셋 중 한 명은 여성이다.” “날마다 포르노가 포함된 이메일은 25억건이 오가며 검색 요청 6,800만건(검색어의 25%)이 포르노를 찾는다.” 이제 막 등장한 VR(가상현실)도 포르노와 함께 성장할 예정이다.

이 세상엔 정신 나간 성도착자들도 많다. 발, 손, 등, 뼈 부위별로, 증상별로 다 있다. “언젠가 한 정신과 의사가 빈정거리며 말했듯 태양을 포함해서 태양 아래 어떤 것도 성도착의 항목이 될 수 있다.” 태양을 굳이 포함한 이유는 ‘액티러스티’(actirasty)라는, 태양광선을 쬐면 흥분하는 도착증이 있어서다.

생각해보라. 성적 타락에 미쳐 날뛰는 이 세상에 그들은 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저자가 수다스런 게이일 뿐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늘상 접하는 심리학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저자는 그게 그리 큰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결과들을 보여준다. 가령 발에 애착을 보이는 발기호증은 성병 유행기에 널리 퍼지다 성병과 함께 사라진다. 일부러 생식기와 먼 곳을 찾아간다는 얘기다. 공산정권이 붕괴 뒤 포르노의 천국이 됐던 체코는 정작 성범죄는 크게 줄었다. 물론 이 책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성기와 정액을 둘러싼 온갖 연구결과들이 넘쳐나지만, 여기선 얼굴을 살짝 붉히는 것으로 대신한다.

아무리 저자의 폭풍 수다가 흥미롭다 한들 가장 내밀한 삶인 성 문제는 민감한 윤리적 딜레마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현명하게도 “이해하는 것과 용서하는 것은 다르다”고 선을 그어뒀다. 그럼에도 저자가 변태성을 옹호(?)하고자 성적 지향, 표적, 행동 따위를 슬롯머신에 비유한 건 다소 좀 걸린다. 자연의 죄를 인간에게 묻지 말라는, 비유로서는 발랄할 지 몰라도 모든 문제를 뇌 신경의 배선 문제로 치부할 순 없는 노릇이다.

과도한 발랄함이 부담스럽다면 마사 누스바움의 ‘혐오에서 인류애로’가 더 낫다.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둘러싼 법적 공방을 파고 들었다. 누스바움의 전매특허인 ‘그냥 공감하는 것’(sym-pathy)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감정이입한 공감’(em-pathy)을 실천하자는 호소다. 장엄한데 역시나 읽는 맛은 덜하다. 뿌리와이파리 관계자는 “비슷한 주제를 다루면서 정반대의 접근법을 취한 책을 동시에 소개해보기 위해 함께 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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