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향상 지표 삼는다더니.. 한국형 행복지수 7년째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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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향상 지표 삼는다더니.. 한국형 행복지수 7년째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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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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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때부터 개발 공식화했지만

朴정부 들어서도 여태껏 유야무야

분야별 구체화한 통계 대신

기관마다 홍보성 자료만 우수수

영국, 프랑스는 민간 맡겨 官 주도 논란 차단

“GDP 모델로는 행복 측정 한계

새 지표 만들어 매년 조사해야”

“행복지수는 정치 슬로건으로 써먹기만 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통계만 발표하기 위해 실제 생산하지 않는 것이다.”(2012년 10월12일 국정감사 박원석 의원 발언)

한국에선 여전히 제대로 된 국민총행복지수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현 정부에서도 개발을 시도했지만 유야무야 됐다. 국민 행복을 위해 취약 부분을 진단하고 집중적인 정책을 펴야 하지만 기본 데이터가 없는 셈이다. 왜 한국형 국민행복지수가 나오지 않을까.

한국형 국민행복지수가 안 나오는 까닭

한국형 국민행복지수 개발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2011년부터 주장했던 것이다. 당시 박 대표는 9월 국정감사에서 우기종 통계청장을 상대로 “민관 협의체에서 국민 행복이나 삶의 질을 주요 국가지표로 설정하고 국가는 이를 반영하면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국가가 공급자 중심의 정책만 펼 게 아니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 행복 통계를 기반으로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주장은 ‘국민 행복’이라는 대통령 후보 슬로건으로, 10대 행복공약에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통계청이 2014년 내놓은 것은 ‘국민행복지수’가 아닌 ‘국민 삶의 질 지표’다. 기존 ‘한국의 사회 지표’와 큰 차이 없는 통계다. 물론 그간 다루지 않던 ▦주거환경 만족도 ▦건강수준별 기대여명 ▦지역사회소속감 ▦정치관심 등 11개 새 지표를 추가하긴 했지만 구체적 개념 정립조차 돼 있지 않거나 행복과 거리가 먼 내용이 상당수다. 기존 70개 통계 또한 행복과 연계성이 불분명했다.

통계청 발표에 앞선 2013년 9월 박 대통령의 대선 조직이었던 국가미래연구원이 ‘한국의 국민행복지수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는데, 당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1분기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노무현, 이명박 정부보다 국민 행복감이 더 높은 정부라고 평가해 논란이 일었다. MB정부에서도 대통령이 2009년 8ㆍ15 축사를 통해 국민행복지수 개발을 공식화 했지만 코드에 맞춘다는 논란 때문에 야당의 반대로 만들지 못했다.

“행복이 정책으로 구현되도록 해마다 행복지수를”

이번 정부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해놓고 지수개발뿐만 아니라 관련 공약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복지팀장은 “취임 3년 차를 맞았지만 세부 공약(674개)의 ‘완전이행’비율은 37%에 불과했다”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수인 기초연금, 무상보육 공약을 비롯해 행복한 일자리, 편안한 삶, 행복주거 등도 오히려 후퇴한 비율이 40%대를 넘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약속이 ‘공수표’가 되자, 개별 기관에서 양산하는 지수가 쏟아지고 있다. 행복추구가 유행처럼 번지자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다. 통계청 외에도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지역공동체행복지표’ 개발에 착수했고, 여성부는 이미 ‘가족친화지수’를 내놓고 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은 “각 기관의 개별 잣대에 의해 측정해선 통계적 의미가 퇴색된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할만한 행복지수 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정책은 국민 후생을 높이는 게 목표로, 이를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장에 기반한 국내총생산(GDP) 모델이 더 이상 국민의 행복 정도를 측정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이상, 새로운 지표는 반드시 있어야 하고 매년 조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 행복을 진단하기 위해 잣대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활발히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은 주민 참여나 민간 전문가에게 맡겨 신뢰성을 높이면서 관 주도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고 있다. 이 교수는 “행복지수 측정은 주관적인 부분이 많아 어느 항목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밖에 없다”며 “공통 지표를 선정하고 조사하는 역할을 학계, 국민 등 민간에 넘기고 결과를 정부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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