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특전은 파가니니가 생전에 쓰던 바이올린인 과르네리 델 제수 ‘카노네’로 연주회를 여는 건데 딱 4시간 연습하고 무대 올라갔어요. 연습부터 공연까지 경찰 4명 감시 받으면서요.”
떨리는 목소리로 조곤조곤 할 말 다 한다. “바이올린을 좋아한 건 가르쳐준 여대생 선생님이 예뻤기 때문” 같은 발랄한 유머부터 “유학 생활에서 가장 좋은 점은 음악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은 제법 어른스러운 대답까지 인터뷰용 멘트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내공은, “이번이 첫 인터뷰”라는 재단 관계자의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2015년 3월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클래식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1) 얘기다.
감미롭고 화려하면서도 힘찬 연주는 “파가니니 연주가 젤 쉬웠어요” 같은, 겸손이 미덕인 한국에서 상상하지 못할 농담도 웃어넘기게 만든다. 양인모는 2006년 이후 9년만의 우승자를 배출한 이 대회를 거쳐 올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라이징스타’에도 선정돼 14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금호아트홀에서 11일 만난 양인모는 왼쪽 턱에 검푸른 굳은살을 달고 있었다. 바이올린 턱받침의 금속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갖는 사람도 있어 바이올리니스트의 얼굴, 목 부위에 난 상처는 흔히 훈장으로 불리는데 양인모는 그게 눈에 띌 정도다. “전공자는 다 있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 그는 “연습은 별로 안 한다”는 반전 멘트부터 던졌다.“음악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역사나 문화 같은 음악 외적인 부분의 공부도 필요해 ‘기술 연마’는 하루 4시간 미만으로 집중적으로 해요.”
양인모는 6살에 바이올린을 배워 11살 때부터 국내외 각종 음악 콩쿠르를 휩쓸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와 영재교육원을 거쳐 한예종에서 김남윤 교수를 사사했다. 2013년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해 현재 미리암 프리드의 지도를 받고 있다. “바이올린 전공을 결심했을 때부터 파가니니 콩쿠르 출전은 제 ‘버킷 리스트’였어요. 콩쿠르 위상을 떠나서 파가니니가 갖는 환상 때문에 그 음악에 애착이 강했거든요. 작품도 화려해서 제 스타일과 잘 맞았죠.”
큰 대회를 앞두고서는 동네 친구들을 모아 ‘간이 연주회’를 여는 독특한 연습 비법이 콩쿠르 우승의 비결이라고. “연습과 실전의 중간인데, 친구들 앞에서건 양로원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건 기회가 있으면 연주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죠. 콩쿠르 앞두고서는 예선 결선곡으로 독주회도 열었고요.”
콩쿠르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는 “심사위원”이라며 그들이 “심사 전 뭘 먹고 왔는지가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고 농담하더니 또 반전 멘트로 마무리한다. “위원들의 음악적 성향이 가장 중요한데 작년 파가니니 콩쿠르 심사위원은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 지휘자 한 명에 나머지는 다 음반사 매니지먼트 기획자였어요. 위원들 성향을 몰라 더 편하게 연주했던 것 같아요.”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피아니스트 박영성과 함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6번,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연주한다. 파가니니 작품은 한 곡도 없다. “이번 연주곡들은 해석이 더 중요하고 그 해석을 실현하기 까다로운 곡들이죠. 유학 후 가장 심도 깊게 파고든 곡들이기도 하고요. 2년 만의 한국 공연인데 저의 성장을 볼 수 있는 무대가 됐으면 합니다.” (02)6303-1977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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