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 석유 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지분을 매각해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저유가 장기화로 전례 없는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사우디가 국가의 자존심이자 부의 원천인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사우디 왕위 계승서열 2위이자 국방장관을 맡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부왕세자는 7일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아람코 기업공개) 절차에 매우 열의가 있고, 이에 대해 수개월 내로 결정할 것”이라며 “사우디 내수시장과 아람코 모두에 이익이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살만 왕자는 아람코 IPO와 관련해 최근 두 차례 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1933년 설립된 아람코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2.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로, 보유한 원유만 2,650억 배럴(세계 원유량의 15%)에 달한다. 사우디 정부가 이 같은 아람코의 상장을 적극 검토 하고 나선 것은 유가 하락으로 재정 적자 폭이 크게 늘면서 대내외적 불안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5%에 육박하는 3,670억리얄(120조7,000억원)로, 집계 사상 최대 규모다. 최근 격화한 이란과의 갈등 이면에도 재정 불안으로 수니파 지지층이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 시아파와 충돌을 의도적으로 빚어낸 사우디의 노림수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사우디 정부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살만 부왕세자는 시장에 아람코 정부 지분의 어느 정도를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람코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사우디 정부가 초기 5% 정도를 매각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조5,000억달러의 시장가치를 인정받는 아람코가 지분 5%만 상장해도 정부는 1,250억달러(1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올해 사우디 재정지출 예상치(262조원)의 절반을 넘어선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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