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산지 10년이 되었지만 항상 생각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가수가 되기 어렵다”이다.
노래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가수로 성공하기가 복권 당첨만큼 힘든 나라라는 뜻이다. 일본의 어떤 유명 음악 프로듀서는 “한국에는 가수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 중에도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몸에 리듬감이 자연스럽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K-pop이 세계에서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감탄했다.
그 의견에 동의한다. 한국 사람들은 노래와 춤, 퍼포먼스 등 자신을 남에게 표현을 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마치 얼큰한 한국요리같이 따끈따끈한 한국인의 열정을 언제나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반면 겸손하고 조심스러운 일본인은 한국인처럼 바깥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속으로 쌓아가는 것을 잘한다. 오랫동안 한자리에 앉아서 묵묵히 연구를 하거나 자신의 섬세한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 입자물리학자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 교토대 명예교수는 태어나 단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어서 노벨상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하나에 집중하고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디는 힘이 강하다.
한국과 일본을 불과 물로 비교하면 한국은 불처럼 뜨겁고 일본은 물처럼 차분하다. 두 나라가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매력이다.
나는 한국에서 산지 10년이 돼서 한국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둘 다 알게 되었지만 동시에 모국 일본에 대해서도 똑같이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강의 흐름을 보고 싶다면 강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내가 일본이라는 강 밖으로 나와 객관적으로 보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와 일본 사이에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도 아니고 일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는 혼란에 빠진 것이다.
최근 오랜 만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피부관리실에 가기로 예약한 날이었다. 관리실에 가기 전 핸드폰 배터리가 고장 나서 가기 전에 핸드폰가게를 들러 새로운 충전기를 샀다. 그리고 피부 관리사에게 관리를 받을 동안 핸드폰 충전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저녁에 어머니와 식사 약속을 했는데 약속시간보다 늦을 것 같아 연락을 하려 해도 배터리가 없어 곤란하다”고 사정을 말했다. 그런데 관리사는 “죄송하지만 충전해드릴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밝히지 않은 채 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
일본에 오래 산 한국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일본에서는 전기도 가게 재산이라고 생각해 공짜로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꾸로 설명해 줬다. 자신은 오히려 한국처럼 어떤 곳을 가든 공짜로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더 신기하다며, 심지어 일본에서는 남의 가게에서 제멋대로 전기를 쓰면 ‘전기 도둑’이란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일본인이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친구의 설명을 듣고 난 뒤 나와 일본 사이에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고 한편으로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충전을 안 해주는 가게가 불친절 한 것이 아니라, 무리한 부탁을 한 내가 예의 없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점 속에 좋은 점이 숨어 있고 그와 반대로 좋은 점 속에 나쁜 점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이 세상에서는 불도 소중하고 물 또한 소중하지만 불이 너무 세면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물이 너무나 차가우면 얼어버린다.
나는 ‘불 같은 한국’과 ‘물 같은 일본’ 두 이웃나라의 문화가 다른 점 때문에 서로 오해도 생기고 상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두 나라 모두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버지 같은 한국과 어머니 같은 일본 사이에 있는 딸 사유리는 언제나 두 나라의 사이가 좋기를 바란다.
후지타 사유리 방송인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 한-중-일 38인의 ‘청춘 리포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