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별세한 이명기 할머니, 아파트 한 채와 1000여만원 기부
90대 할머니가 비단을 짜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났다.
동국대는 젊은 시절부터 방직공장에서 비단 짜는 일을 하며 마련한 아파트 한 채(2억5,000만원 상당)와 현금 1,000여만원을 학교에 기부한 이명기 할머니가 93세를 일기로 지난달 별세했다고 7일 밝혔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이 할머니는 2002년 “죽기 전에 불교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아파트를 기증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 소유의 아파트를 기부했다. 할머니는 이후에도 10만원, 100만원씩 쌈짓돈이 생길 때마다 모은 1,100여만원을 추가로 22차례나 대학에 기부했다.
고인은 나눔에는 아낌이 없었지만 자신에게는 혹독하리만치 엄격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이 할머니는 매일 다니는 절에 갈 때 버스비를 아끼려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 다녔고, 항상 소식(小食)을 하는 등 청빈한 삶을 유지했다. 본인이 비단 짜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비단 옷은 한 번도 입지 않았다고 한다.
기부 후에도 아파트에 거주하던 이 할머니는 최근 건강이 악화돼 경기 성남시에 있는 한 요양원에 입소했다가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났다. 이 할머니를 옆에서 지켜봤던 동국대 관계자는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무소유를 실천하면서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어김없이 학생들을 위해 기부를 하셨다”며 “가시는 순간까지도 흐트러짐 없이 나눔을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며 깊은 존경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고액기부자에 대한 예우로 장례 절차 지원을 제안했지만, 이 할머니는 이마저도 거부한 채 손수 수의와 영정사진을 준비했다.
2002년 기부 당시 대외협력처장을 맡아 이 할머니와 연을 맺은 한태식 동국대 총장은 빈소를 찾아 “동국대는 이 할머니의 고귀한 뜻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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