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에 아파트 기부 뒤에도 10여년간 쌈짓돈 1000여만원 내놔
평생을 검소하게 살며 모은 전 재산을 동국대에 기부한 이명기 할머니는 93년의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학교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손수 지은 수의를 입고 떠났다.
이 할머니는 고액기부자에 대한 예우로 사후 장례 절차를 모두 지원하고 있다는 대학 측의 안내에도 손을 내저으며 손수 수의와 영정사진을 준비했다.
젊은 시절부터 방직공장에 다니며 비단 짜는 일을 해 온 이 할머니이지만, 정작 자신은 한평생 값나가는 좋은 옷 한 벌 몸에 걸친 적이 없었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매일 아침 절에 갈 때도 버스비를 아끼려 1시간 20여분 거리를 걸어 다녔고, 매일 소식(小食) 하는 등 자신을 위해서는 1,000원짜리 한 장 쓰기를 꺼리며 청빈하게 살아온 이 할머니였다.
그렇게 아끼고 또 아껴 한 푼 두 푼 모은 전 재산으로 33평짜리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해 몸을 의탁했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이마저도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이 할머니는 2002년 당시 2억 5,000만원 상당이던 이 아파트를 동국대에 기부했다.
칭찬하는 사람들에겐 "죽기 전에 불교발전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아파트를 기증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흡족해했다.
그러면서도 "현금이 있으면 좋겠지만 가진 게 이것밖에 없어 부끄럽다"고 미안한 마음을 내보였다.
이 할머니는 이후에도 10년 넘게 쌈짓돈이 모일 때마다 동국대에 기부했다. 10만원이 모이면 10만원을, 100만원이 모이면 100만원을 내놔 10여년간 모두 22차례에 걸쳐 1,000만원 넘는 돈을 더 기부했다.
청빈한 생활을 하며 고령에도 건강을 유지하던 이 할머니는 노환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다 지난달 25일 향년 93세로 세상 '소풍'을 마쳤다.
이 할머니를 가까이에서 살펴온 동국대 관계자는 7일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무소유를 실천하시며 돈이 조금씩 모일 때마다 학생들을 위해 계속 기부하셨던 분"이라며 "가시는 순간까지도 흐트러짐 없이 이런 정신을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2002년 당시 대외협력처장을 맡아 이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한태식 동국대 총장도 빈소를 찾아 "이 할머니의 기부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것"이라며 "동국대는 할머니의 고귀한 뜻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애도했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