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선수 사재혁의 후배 폭행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의 폭력 문화 근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77㎏ 급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지난달 31일 열 살 아래의 역도 유망주 황우만 선수를 때려 왼쪽 눈 밑 뼈가 부서지는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다. 황우만 선수는 당시 송년 모임을 하던 중 사 선수에게 불려나가 30여 분간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주장했다. 사 선수는 앞서 지난해 2월 태릉선수촌에서 “태도가 불량하다”며 황 선수를 때린 적이 있다. 황 선수는 당시 자신이 두들겨 맞은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았는데 사 선수가 이를 알고 이날 자신을 다시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사 선수는 “태릉선수촌 구타 사건과 관련한 오해를 풀고자 황우만을 불렀으나 얘기 도중 감정이 격해져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 선수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경기 도중 팔꿈치 관절이 빠졌는데도 바벨을 놓지 않는 투혼을 보였고, 일곱 차례나 수술을 하고도 선수 생활을 포기하지 않아 ‘오뚝이 역사(力士)로 불린다. 황 선수는 2014년 세계청소년역도선수권대회 최중량급(105㎏ 이상)에서 합계 2위에 오른 유망주로, 침체기에 접어든 한국 역도계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한국 역도는 국민의 싸늘한 눈길에 부딪치게 된 것은 물론이고,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팀 구성 및 훈련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체육계의 폭력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감독과 코치, 또는 선배 선수에 의한 폭력 사건이 잊을 만하면 한번씩 터진다. 심지어 경기 도중에도 폭행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고 대회 출전의 꿈을 접거나 선수 생활을 포기하는 선수도 있다. 대한체육회가 2014년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입시비리, 조직사유화와 함께 폭력을 ‘체육계 4대악’으로 지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을 피하지 못한 것은 한국 스포츠가 성적지상주의에 빠진 결과 강압ㆍ수직적 위계문화가 만연한 때문이기도 하다.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며 선수를 가혹한 훈련과 지나친 경쟁으로 내모는 일이 비일비재해 그 과정에서 폭력이 용인되거나 묵인되곤 했다.
한국은 이미 국제적 스포츠 강자다. 금메달 기준으로 베이징 올림픽에서 7위, 런던 올림픽에서 5위를 차지했다. 그런 위상에 걸맞은 스포츠문화 정립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폭력은 근절해야 한다. 폭력 행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 지도자와 선수 대상의 인성교육 활성화가 우선 요구된다. 나아가 순위에만 집착하는 성적 강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병행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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