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부동산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우선 미국 금리인상과 국내 가계부채 대책 등에 따라 주택 매매가 위축되고 집값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두드러진다. 한편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전ㆍ월세난 역시 지속될 것이라는 걱정도 많다. 하지만 주택 거래 위축은 그 동안 급격히 쌓인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다소나마 해소하는 연착륙 과정이라는 점에서 우려할 일만은 아니다. 반면, 전ㆍ월세난은 무주택 서민 가계의 주거난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전환적 대책이 시급하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퇴임 직전 전ㆍ월세난에 대한 정부 책임을 부인했다. “주택 소유자들로서는 집값 상승이 멎고 저금리로 보증금 이자 수익도 줄어, 전셋값을 올리거나 월세 전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전ㆍ월세난의 배경에 대한 진단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그 동안 단순히 시장 변화를 방치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주택 구입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주택 임대차 선진화 방안’ 등을 통해 전세의 월세 전환을 장려하고 월세 가격 급등을 부추겼다.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무주택 서민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문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과거 행태와 상황 인식이다. 지난해 추석 전,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에 편승해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은행 대출로 집을 산 뒤 반(半)전세를 비싸게 받아 은행 이자를 충당하는 ‘무피투자’가 문제가 됐을 때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던 유 후보자는 국감장에서 “‘무피투자’라는 말을 모른다”며 현실을 외면했다. 유 후보자의 이런 인식은 경제부총리 내정 직후 “부동산 공급 과잉이 아니다”는 일성으로 전혀 변화의 기미 없이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유 후보자의 인식은 집값 및 주택 보유 수익 상승은 주택 소유자들의 소득 향상을 통해 소비 진작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부(富)의 하방 효과, 곧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가설을 가계에 적용한 것인 셈이다. 하지만 그런 가설은 주거비 상승이 최근엔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더 크게 내고 있다는 각종 연구보고를 통해 허구임이 판명됐다.
유럽 등에선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25%가 넘으면 국가가 책임을 지고 적극적 대책을 가동한다고 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무주택 서민 가구가 반전세로 월 70만원 이상만 주거비로 써도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30%가 넘는 게 현실이다. 당장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에 따른 세제지원 및 전ㆍ월세 대출 이자 감경 등 보다 성의 있는 대책이 가동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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