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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발에 속지 말자…야박한 평점에 진상고객으로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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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발에 속지 말자…야박한 평점에 진상고객으로 등극

입력
2016.01.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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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예약 전에 자세하게 읽지 않았거나 에어비앤비 이용규칙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런 손님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용객도 평가대상인가? 졸지에 ‘진상고객’됐다.

대표적인 숙박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Airbnb) 이용후기에 불만사항을 적었더니 숙소 주인이 곧바로 댓글을 올렸다. 신속한 방어 전략이다. 이용후기는 숙소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급자 입장에서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탈리아 로마와 스페인 그라나다, 바르셀로나에서 각각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보았다.

●로마, 예상하지 못한 서비스와 친절에 감동

로마에서 예약한 숙소는 사진과 별 차이가 없었다.
로마에서 예약한 숙소는 사진과 별 차이가 없었다.

에어비앤비는 예약이 끝나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의 플랫폼 안에서 집 주인과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서로 동의하면 전화번호를 교환해 채팅 앱을 사용할 수도 있다.

로마 공항에 도착했다고 연락하자 숙소와 가까운 기차역에서 기다리겠다는 답이 왔다. 주인이 차를 몰아 숙소까지 직접 태워주었다. 예상 못한 친절이다. 숙소 식탁에는 와인과 빵 과자 등이 담긴 ‘웰컴 바스켓’이 기분 좋게 놓여 있다. 커피머신과 주방기기도 잘 갖췄고, 식빵 계란 등 음식재료도 이틀 아침식사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채워져 있다. 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주인은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페치카 사용법과 주요관광지로 가는 대중교통편까지 꼼꼼히 일러 준 후 자리를 떴다.

로마에서 방을 고르는 제1조건은 공간의 독립성이었다. 주인 없이 단독으로 사용하는 아파트로 골랐다. 숙소가 좁은 골목 안이라(사실 로마 주택가는 대부분 길이 좁다) 떠나는 날 아침 일찍 기차역까지 가는 택시를 잡는 게 또 은근 걱정이었다. 주인은 그날도 역까지 태워준 후 승강장까지 무거운 여행가방을 들어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가 요구한 것은 단 한가지, 이용후기에 ‘별 점 5개’였다. 기대하지 못한 호의에 5개가 아니라 그 이상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라나다, 전망은 최고…하룻밤은 추위에 떨다

전망 좋은 테라스에 반해 예약한 그라나다 숙소
전망 좋은 테라스에 반해 예약한 그라나다 숙소

그라나다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한 건 전망이었다. 알람브라 궁전이 잘 보이는. 미혼 남성인 주인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라 먼저 도착한 우리 일행이 집 앞에서 조금 기다려야 했다. 3층짜리 다가구주택이었는데 2~3층이 내부에서 연결된 독특한 구조다. 짐을 풀고 주인의 안내로 3층 테라스로 나갔다. 붉은 저녁 햇살이 비치는 알람브라가 언덕 위로 펼쳐진다.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훌륭하다. 이만하면 대만족이다. 주인이 건네는 캔맥주마저 시원하다. 일행이 묵을 방은 2층, 주인의 방은 3층이다. 부엌과 욕실을 같이 쓰지만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만하다.

밤에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바깥기온이 살짝 영하로 내려갈 정도였는데 방안 공기는 작은 히터로 좀처럼 데워지지 않았다. 다음날 밤은 괜찮았던 걸로 봐서 오랫동안 집을 비워놓은 탓인 듯하다. 떠나는 날 아침엔 주인을 깨우지 않고 잘 묵었다는 쪽지만 남기고 나왔다.

●바르셀로나, 사진발에 속았다…2박은 포기

밝고 화사한 사진과 달리 바르셀로나에서 잡은 숙소는 낡고 어둡고 칙칙했다.
밝고 화사한 사진과 달리 바르셀로나에서 잡은 숙소는 낡고 어둡고 칙칙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한 건 대중교통 접근성이었다. 예약한 숙소는 인터넷 사진으로 봤을 때 3명이 쓰기에 충분히 넓고 아늑했다. 5개 방에 화장실이 1.5개라는 게 좀 꺼림칙하긴 했지만. 설명대로 숙소는 지하철에서 3분 거리였지만 입구부터 좀 불안하다. 3층(한국식 계산으론 4층) 숙소로 연결된 계단은 여행가방을 들고 오르기 힘들 정도로 좁았다. 조금 일찍 도착했기에 묵을 방은 아직 청소 중이었다. 그 사이 인근 관광지며 교통편, 맛있는 식당과 분위기 좋은 카페까지 주인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예약한 방은 사진에서 본 것보다 좁고 어둡고 칙칙했다. 더 큰 문제는 허술하고 덜컹거리는 문이었다. 조그만 대화 소리도 밖으로 새나가니 이건 작은 감옥에 갇힌 기분이다. 화장실과 부엌도 다른 방문 앞을 지나야 하니 모든 게 조심스럽다. 후회한들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결국 예약한 3박 중 2박은 포기하고 숙소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이것도 여행의 과정이고, 비싼 수업료 낸 셈 쳤다.

● 알아두면 유용한 에어비앤비 숙소 고르는 법

에어비앤비는 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만큼 어느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기대수준도 ‘가격대비 만족’으로 낮추는 게 현명하다. 그러나 여행목적과 조건을 잘 따져서 고른다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숙소를 고를 때 어떤 조건을 우선에 놓을지 결정하는 것. 대중교통이나 유명관광지 근접성, 화장실과 부엌의 독립성, 아침식사 등 여러 조건 중에서 우선 순위를 정하면 숙소를 선택하기 한결 수월하다. 호텔 같은 편안함에는 큰 비중을 두지 말아야 한다. 다양한 외국인과 만나고 싶다면 방이 많은 공동 숙소를, 가족여행이라면 단독으로 사용하는 숙소를 고르는 게 좋다.

에어비앤비 플랫폼은 예약과 숙소에 대한 기본 정보는 한글로 제공하지만 주인이 올린 상세 설명은 영어로 쓰여 있다. 번거롭더라도 꼼꼼히 읽어야 한다.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예약하기 전에 주인에게 메지지를 보내 물어볼 수도 있다. 응답 태도도 평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대부분 성실하게 답해준다.

사진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방을 여러 개 운영하는 기업형 숙소일수록 화사하고 고화질의 사진을 올려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용후기도 절대적으로 믿을 건 못 된다. 대부분 이용후기는 칭찬 일색이다. 불만족스러웠던 이용객일수록 후기를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위의 바르셀로나 숙소도 ‘별 점 4개 반’을 유지하고 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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