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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박 대통령은 ‘공포(공교육 포기)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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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박 대통령은 ‘공포(공교육 포기) 대통령’”

입력
2015.12.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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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 편성 못 해…20대 국회 1호 입법청원 추진할 것”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집무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20대 국회가 출범하면 열악한 교육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입법청원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집무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20대 국회가 출범하면 열악한 교육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입법청원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 여부를 두고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이재정(70) 경기도교육감이 교육재정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입법청원 구상을 내비쳤다. 누리과정 사업의 법적 책임과 사업비 부담 주체, 교육재정교부금 지원비율 확대 등을 관련 법률에 명시해 논란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의미다.

이 교육감은 28일 경기도교육청 집무실에서 이뤄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초 별도의 팀을 만들어 관련 법규를 면밀히 다듬은 뒤 봄부터 학부모들의 서명을 받아 20대 국회에 국민이 제출하는 ‘1호 입법청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리과정 예산 등 사사건건 정부와 부딪히는 교육재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는 이 교육감의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런 구상은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등이 부족, 학교교육이 파탄 날 지경인데도 정부가 1조원이 넘는 누리과정 예산까지 떠넘기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뒤 나왔다.

이 교육감은 박 대통령을 향해 ‘공포(공교육 포기) 대통령’이라고 작심한 듯 쓴 소리를 했다. 그는 “대통령이 정말 학교교육을 포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걱정”이라며 “이번에 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올해 정부가 7조9,800억원 가량을 경기도교육청에 줬는데 인건비(8조1,000억원)로 쓰기에도 부족했다”며 “여기에 누리과정까지 하라고 하면 학교를 짓고 아이들 교육 활동은 무슨 돈으로 하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도 높였다.

이 교육감은 그 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등 여야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들을 수 차례 만났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전국 시ㆍ도교육감 협의회를 통해 여러 번 면담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지만, 교육부 등은 ‘지역교육청이 책임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교육감은 “누리과정은 박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좋은 출산장려정책이어서 지난해까지 예산을 반영하는 등 노력해왔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지금껏 단 한발도 진전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제는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부금을 늘리고 유보(유아교육과 보육) 통합 등 제도적 정비를 하지 않으면 더는 정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경기도의회가 애초 반영했던 유치원분 누리과정 예산(4,929억원)마저 모두 삭감하는데 동의한 그는 재의(再議)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교육부가 경고한 ‘출장 1인 시위’도 계속할 참이다. 이 교육감은 “선출직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할 권한은 없다”며 “대통령의 응답이 없으면 앞으로도 1~2주에 한번씩 시위에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시위 모습을 보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 교육감은 “현직 장차관급 관료가 대통령을 상대로 피켓 시위를 벌이는 것은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며 “교육감이 왜 거리로 나가야만 하는지 학생들이 다양하게 토론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교육정책의 주안점으로는 학교 민주주의 제도적 정착을 꼽았다. 그는 “취임 이후 1년6개월 동안 교육부와 교육계가 가져온 지침이나 지시, 통제, 감독 등 오랜 관행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학교 교육에서도 자율성을 불어넣고 자치교육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학교 민주주의가 되지 않으면 교육도 원만하게 살아날 수 없다”며 “교과와 성적에 얽매여 있는 교육과정을 좀 더 자유스럽게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꿈을 찾아줄 것”이라고도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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