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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해양플랜트'에 울고 석화는 '저유가'에도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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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해양플랜트'에 울고 석화는 '저유가'에도 웃어

입력
2015.12.28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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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천연가스 직분사 추진 방식 LNG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천연가스 직분사 추진 방식 LNG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올해 조선업계와 정유ㆍ석유화학업계를 한 단어로 정리하면 해양플랜트와 저유가다.

한국일보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및 내년 산업계 키워드’ 설문 조사에서 조선ㆍ철강업체들은 올해 업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해양플랜트’(50%)를, 정유ㆍ석유화학업체들은 ‘저유가’(64.2%)를 우선 꼽았다.

하지만 이 키워드가 업계에 미친 영향은 정반대다. 몇 년 전까지 조선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여겨졌던 해양플랜트는 잦은 설계변경 때문에 비용이 늘어나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에게 수조원대 손실을 안기며 발목을 잡았다. 반면 정유ㆍ석유화학업체들에게 전통적 악재로 여겨진 ‘저유가’는 오히려 실적 개선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해양플랜트로 발목 잡힌 조선업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표적 수출 효자 산업이었던 조선업은 올해 최악의 해를 보냈다. 3분기까지 조선 3사의 누적 적자는 현대중공업 1조2,610억원, 대우조선 4조3,000억원, 삼성중공업 1조5,318억원 등 7조원을 넘어섰다.

가장 큰 원인은 해양플랜트 때문에 발생한 손실이다. 조선 3사가 기본설계와 핵심 기자재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에 뛰어들었고 수주 실적을 올리기 위한 출혈경쟁에 매달리면서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오일 메이저들이 선호하는 턴키 방식(설계ㆍ구매ㆍ건조를 일괄적으로 진행)으로 계약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경우 발생하는 비용, 공기 지연 등 모든 책임이 조선업체의 몫이 돼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기본설계와 핵심 기자재 제작은 주로 유럽 전문 업체에 맡겼는데 이런 방식은 발주사의 잦은 설계 변경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발주사들은 전체 공정이 지연되자 이를 트집잡아 건조된 해양플랜트 인도를 거부하거나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고유가 상황에서 발주 경쟁을 벌였던 오일 메이저들은 저유가가 지속되자 최소한의 운영 이익조차 남길 수 없게 된 해양플랜트를 인수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유가가 높았을 때는 해양플랜트를 인수하려는 곳이 줄을 섰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인수 시기를 늦추려 한다”며 “이는 곧 조선사의 손실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조선업체들이 두번째로 꼽은 키워드인 ‘구조조정’(33.3%)으로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산업은행으로부터 4조2,000억원을 지원받게 된 대우조선은 지난 10월 부장급 300명 가량을 한꺼번에 내보냈고 서울 다동 사옥과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과장급 이상 사무직 등 1,200여명을 희망퇴직 방식으로 구조조정했고 최근 계열사 사장단이 급여 전액을, 임원들은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임원 감축과 비효율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조선 경기가 좋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울러 골칫거리인 해양플랜트 수주 잔량도 삼성중공업 243억달러(24기), 현대중공업 220억달러(24기), 대우조선 199억달러(22기)나 되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저유가 악재 극복한 정유ㆍ석유화학업계

저유가는 정유ㆍ석유화학업계는 물론 국내 산업계 전체를 뒤흔든 이슈였다. 특히 정유ㆍ석유화학업계 입장에서 저유가는 석유제품의 가격 하락과 정제마진의 악화로 연결돼 악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지난해 2,000억원 가까이 흑자를 낸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3사는 총 1조5,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 3분기까지 이들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4조원을 넘어섰다.

석유화학업계도 올해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LG화학은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난 1조4,716억원, 롯데케미칼도 같은 기간 1조3,02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저유가 때문에 석유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제마진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의 영업이익을 좌우하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올해 배럴당 7~8달러 수준을 유지하며 4~5달러였던 지난해보다 크게 뛰었다.

업계의 노력도 컸다. SK이노베이션과?GS칼텍스 등은 원유 공급처 다변화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을 줄였고 윤활기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 수익 개선에 성공했다. 다른 업체들도 저유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고도화설비 비중을 높이는 등 자구노력에 힘썼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 중국과 신흥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등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내년에도 비슷한 실적을 올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업계는 다각적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0월 삼성SDI 화학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 계열사를 롯데에 매각한 삼성의 ‘빅딜’도 선도적인 체질 개선 작업의 하나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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