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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쌩 달리다 일단 멈췄다, 호버보드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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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쌩 달리다 일단 멈췄다, 호버보드의 운명은?

입력
2015.12.1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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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1인용 교통수단으로 각광

안전사고 늘자 천덕꾸러기 신세

호버보드(hoverboard)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발생해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안전주의보를 발령하고 조사에 나섰다. 지난 10일 미 산타모니카 베니스 해변가에서 한 남자가 호버보드를 타고 있다.
호버보드(hoverboard)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발생해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안전주의보를 발령하고 조사에 나섰다. 지난 10일 미 산타모니카 베니스 해변가에서 한 남자가 호버보드를 타고 있다.

3D프린터, 셀카봉, 애플워치, 호버보드.

지난해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 선두에 놓였던 제품들이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들 중 호버보드는 자칫 천덕꾸러기 신세에 놓일 처지가 됐다. ‘안전 이슈’때문이다. 미국 당국이 최근 안전성을 문제 삼아 국내 판매 중인 호버보드 전 상품에 대해 전격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판매를 중단했다. 최고의 발명품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호버보드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12초당 1대씩 팔릴 정도로 ‘인기’였는데…

스케이트보드와 비슷한 외형으로 하나 혹은 두 개의 바퀴를 장착한 1인용 교통수단인 호버보드(Hoverboard)는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동력으로 사용해 친환경적이다. 더구나 자체적으로 균형을 잡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1989년 상영된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 마이클 J 폭스가 공중을 떠 다니는 보드를 타고 나오면서 처음 등장한 호버보드. 2015년의 호버보드는 영화에서처럼 완벽하게 ‘떠 있는(Hover)’보드가 아니고 엄밀히 말해 전자동 스케이트보드의 수준이지만 세그웨이(Segway)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한 친환경 1인용 교통수단의 붐에 힘입어 미국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ebay)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동안 호버보드는 5,000대 이상이,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라 불리는 30일엔 12초 당 1대 꼴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한 대당 가격은 300달러에서 수천달러까지 소비자의 선택 범위가 넒은 호버보드는 지난해 수많은 연예인과 스포츠스타들이 타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면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 됐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인 우사인 볼트는 지난 9월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호버보드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공개했고, 팝 스타 저스틴 비버와 영화배우 제이미 폭스, 제시카 알바 가족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호버보드와 함께하는 일상을 보여줬다.

영 일간 가디언은 “친환경적 이미지 때문에 호버보드를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내가 지구를 지킨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라며 “천천히 걷는 보행자들 사이로 빠르게 달리다 보면 미래를 사는 즐거움도 만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실리콘밸리의 젊은 사업가들이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즐겨 타면서 대중적으로 빠르게 확산됐던 것과 유사하다.

올 10월 시사주간 타임은 “머지않아 호버보드에 와이파이가 장착돼 온라인에 연결되는등 다양하게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버보드 유명브랜드인IO호크는 실제 얼마 전 사고 등이 발생하면 호버보드가 자동으로 상황을 가족이나 병원에 전달해주도록하는 기능을 장착하고 배터리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을 밝혔다.

15일 미 뉴욕 타임스스퀘어 주변에서 한 호버보드 업체가 시연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15일 미 뉴욕 타임스스퀘어 주변에서 한 호버보드 업체가 시연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싸구려 배터리 장착 제품이 문제 일으켜

치솟는 인기와 업체들의 기능 업그레이드 소식으로 연말 선물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끌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잇따른 배터리 폭발 등 안전사고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 자녀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터넷 주문을 했던 부모들은 앞다퉈 구매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4일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최근 들어 접수된 10건의 화재사고 및 29건의 안전사고에 대한 정밀조사에 나서면서 호버보드에 대한 안전주의보를 발동했기 때문이다. 대형할인점에서 호버보드를 타던 중 갑자기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나는가 하면 사용자가 골절상을 입는 등 안전성에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지난주엔 영국 런던에서 15세 소년이 호버보드를 타다가 버스와 충돌해 사망하기도 했다. 얼마 전엔 동력으로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가 과열될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유나이티드 항공, 델타,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항공사들이 일제히 호버보드 기내반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15일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구입한 호버보드를 가까운 가전용품 재활용센터에 맡기고 환불을 받으라고 안내했다. 영 일간 텔레그래프는 “아마존이 제품 불량 의심 모델에 대해 구입 후 수일 안에 구매액 전액을 자동 환불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안전성 문제로 시장에서 외면당한 세그웨이에 이어 호버보드도 결국 천천히 사라질 운명일 수 있다고 내다본다. 다만 배터리 폭발의 경우 스마트폰을 비롯한 대부분 가전제품에서 발견되는 문제인 만큼 너무 값싼 제품을 피한다면 충분히 안전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최저 300달러 수준의 제품도 시중에서 유통되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런 제품이 안전한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믿어지지 않는다”라며 너무 저렴한 상품은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버즈피드도 “중국 생산업체들이 최신 소비 트렌드에 따라가기 위해 품질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작정 제품을 배에 싣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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