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초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의 교도소는 바닷가재를 일주일에 한번씩 재소자에게 제공했다. 그보다 더 자주 메뉴에 오르면 잔인하다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흔했던 바닷가재가 고급 식재료로 격상되면서 19세기 말이 되자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이때 메인주 당국이 일정 크기 이상의 가재만 잡을 수 있고 알을 밴 암컷은 잡지 못하게 하는 등 규제에 나섰다. 얼마 후 가재가 다시 잡히기 시작하자, 가제의 씨를 말린 장본인인 메인주 어부들이 엄격한 규율을 갖춘 자율감시단을 만들어 어장을 관리하기 시작했으며 덕분에 메인은 지금도 세계적인 바닷가재 산지이다. ‘누가 마지막 나무를 쓰러뜨렸나’라는 책에서 소유주가 없는 자원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공유지의 비극’문제의 해결 사례로 제시된 것이다.
지금 150여개국 대표가 프랑스 파리 근교 르브루제에서 비슷한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얘기다. 이번 총회에는 ‘2030년까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2도 상승’이란 합의된 목표도 존재하고, 이를 실현할 기술적 수단들도 어느 정도 개발돼 있다.
그럼에도 지구 온난화는 공유지의 비극 중에서도 최고 난이도 문제다. 우선 이 위기는 르브루제에 모인 대표단 대부분이 그 자리를 떠난 후에야 현실화된다. 책임추궁을 당할 위험이 거의 없는 셈이다. 게다가 목표는 복잡한 숫자나 전문용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의 질책을 모면할 거짓 공약을 내놓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우리 정부가 공표한“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기준 이산화탄소 37% 감축”목표가 대표적 예다. 이는 아무란 감축 활동을 않을 경우 늘어날 2030년의 배출량을 상정한 후 그를 기준으로 37% 감축한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별로 감축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엉터리 목표치를 내놓은 나라가 우리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해 이득을 보는 나라와 그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입는 나라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과거 이산화탄소 대량 배출국이었던 선진국과 현재 대량 배출국인 신흥국 간 책임 분담도 합의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탄소감축은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비용이 커지고, 버틸수록 혜택이 커지는 게임이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 기회를 또 놓칠 수는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절박한 호소대로 “지금 전세계는 자살 직전의 상황”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현실적 해결책도 존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제안대로 탄소발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탄소를 발생시킬수록 비용이 늘어난다면 스스로 알아서 아끼게 될 것이고, 동시에 탄소를 발생하지 않는 청정기술 개발과 보급도 촉진된다. IMF는 적정 가격도 산출했는데, 탄소대량배출국의 경우 이산화탄소 1톤당 30달러를 부과하면 대강 그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 부담이며,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기후변화 관련 정책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탄소발생이 많은 상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탄소감축에 소극적인 수출국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이런 훌륭한 수단이 아직 널리 채택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세금’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정부가 세금 대신 친환경 기술에 보조금을 지급해왔지만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엉뚱하게도 탄소 대량발생 산업이 그 혜택을 가로채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안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나라에서 너무 가격이 낮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결국 전세계 정부는 미래세대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정공법을 선택해야 한다. 탄소 가격을 제대로 정하고, 세제를 정교하게 만들고, 당장 실시하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과 소비자는 그 속에서 최대 효용을 얻기 위해 움직일 것이고 이를 통해 탄소배출이 줄어들게 된다. 이런 이치를 뉴잉글랜드 어부들이 실증해 주고 있다.
정영오 국제부장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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