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공급과잉에 대한 경고음이 정부 쪽에서도 나오기 시작한 것은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건설사들이 시장과열을 틈타 과다한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2~3년 후면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인한 입주 대란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결과 올해 건축허가를 받은 주택 물량은 수도권 1기 신도시가 건설된 1990년 이후 최대치인 70만 가구를 넘어섰다. 연말까지 공급되는 물량만도 50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2000~2014년까지 연평균 물량인 27만 가구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이미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다가 2008년 금융위기가 오자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했던 경험이 있다. 그 후유증으로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계약해지, 입주거부, 건설사에 대한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도 빈집으로 남아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부동산 시장은 뜨거워도, 차가워도 안 된다. 지금은 오히려 시장이 비등점을 지나 식어가는 추세다. 미분양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집값 상승세도 주춤하다. 시장이 잠시 과열됐던 것은 우리 경제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저금리 기조에서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살리려 하자 전셋값이 폭등하고, 이에 따라 세입자들도 빚을 내 집을 사들였던 모래성에 가깝다. 가계부채는 1년 새 100조원이상 늘어 총 1,200조원에 육박하며 경제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공급과잉이 확인되면 집값이 하락하면서 ‘깡통 주택’이 속출할 것이다. 당연히 건설사 부도 위험은 커지고 가계부채는 폭발성 위험요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라도 공급물량조절이 시급하다. 우선 내년도 주택건설 물량부터 업계 스스로가 조절에 나서야 공멸을 피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건축허가나 보증심사 등 인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적용해서 물량조절에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ㆍ월세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일은 별도다. 주택담보대출 관리도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주택대출을 급격히 조일 경우 ‘대출 절벽’ 현상이 나타나 문제가 더욱 꼬일 수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가계 빚을 원금과 함께 이자를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대출 구조를 전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방안은 실질가계소득 증가율이 0%에 머무는 상황에서는 자칫 소비 위축의 역효과만 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금융당국은 보다 치밀하고 정교한 접근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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