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올해부터 제정된 SeMA-하나 평론상의 첫 수상작가로 곽영빈(42)과 김정현(30)이 선정됐다.
곽영빈은 미국 아이오와대 영화와 비교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와 홍익대에서 영화이론, 매체미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독해하기 쉽지 않은 구동희 작가론 ‘수집가 혹은 세상의 큐레이터로서의 작가: 구동희론’에서 스타일 있는 문장을 선보였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로 한정한 지정글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에서는 미술계에 전혀 입지가 없었기에 오히려 미술제도ㆍ권력의 맥락을 소멸시킨 지드래곤의 역할을 평가했다.
김정현은 홍익대 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전시기획 및 평론을 하고 있는 신진 평론가다. 그는 제도권 미술관부터 신생공간까지 유행처럼 번진 퍼포먼스를 폭넓은 현장 감각으로 풀어낸‘퍼포먼스의 감염 경로는?-퍼포먼스 예술의 동시대성을 찾아서’를 제출했다. 지정글에서는 ‘미디어시티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가 “근대에 의해 소멸된 전근대의 역사를 소환하면서도 이를 토대로 현재와 대결하지 않고 제의(祭儀)를 지내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올해 처음 제정된 ‘SeMA-하나 평론상’은 서울시립미술관이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아 역량 있는 미술평론가를 발굴·지원하고 위축된 국내 미술평론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제정한 국공립미술관 최초의 평론상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미디어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이 열리는 짝수해에는 미디어상을, 비개최년도에는 평론상을 각각 격년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평론상은 자격조건 없는 공모제로 진행됐으며 심사에는 강수미 동덕여대 교수, 미술사가 김현숙 교수, 김현주 추계예술대 교수, 반이정 미술평론가, 임근준 미술평론가와 당연직으로 관장ㆍ학예연구부장이 참여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반이정 미술평론가는 “새로운 시각과 참신한 비평을 기대했지만 대부분의 지원작은 ‘기성 평문 유형’에 갇혀 참신성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면서 “평론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현장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순발력 있고 진솔한 논평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곽영빈과 김정현의 시상식은 15일 오후 2시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진행되며 시상식 후에는 평론상 제정을 기념해 문혜진ㆍ성완경ㆍ이영욱 평론가와 박찬경 작가, 김현진 독립큐레이터가 참가하는 ‘현대미술비평 집담회’가 열린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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