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차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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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차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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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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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차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캠퍼스 커피 전문점에 ‘교수전용석’…

학생들 북적대도 비어 있어

서울대학교 내 'P'커피숍에 게시된 교수전용공간 안내문.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내 ‘P’커피숍. 160석 규모의 매장이 학생들로 붐비는 동안 한쪽 구석 공간만은 한가했다. 유리벽 너머로 들여다 보니 방안에 비치된 20여개의 좌석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황금색 발이 쳐진 출입문엔 ‘교수전용공간’이라는 붉은 글씨와 함께 ‘학생 분들은 다른 좌석 이용 부탁 드립니다’, ‘위 사항은 학교 측과의 계약사항’임을 명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업체와의 계약 당사자인 서울대생활협동조합 관계자는 24일 “교수전용공간은 평소 회의실 등이 부족한 교수님들을 위해 업체와 협의를 통해 마련한 것일 뿐 정식 계약조건은 아니다”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업체에 안내문 수정을 요청하겠다”라고 말했다.

벽에 붙은 안내문엔 ‘학교측과 계약’

서울대 측 “업체와 협의해 마련”

‘교수님전용석’은 교내에 있는 ‘T’커피숍에서도 비슷한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홀 좌석이 모자랄 때는 이 공간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비어 있다. 구내식당에서도 교수 및 교직원전용공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음미대(예술계복합연구동) 식당의 경우는 오전 11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아예 교직원전용으로 운영된다. 물론 해당 시간 내 학생 이용을 강제로 막지는 않지만 식당 앞 안내문은 ‘교수님들의 원활한 강의진행을 위해 학생들은 이 시간을 피해 이용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내 'T'커피숍의 홀이 붐비는 동안(왼쪽 사진) '교수님전용석'은 텅 비어 있다.
서울대 음미대(예술계복합연구동) 식당 출입문에 부착된 교직원 전용시간 운영 안내문.

북적거리는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텅 빈 교수전용공간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이 학교 4학년 염모(23ㆍ여)씨는 “친구들과 함께 커피숍에 왔다가 자리가 없어서 나간 적이 몇 번 있다. 그때마다 교수전용공간은 비어 있었지만 감히 들어갈 생각은 못했다”라고 말했다. 직원이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교수전용'이라는 문구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염씨는 또, “교수님들은 연구실이라는 개인 공간이 주어지는데 누구나 다 똑같이 이용하는 커피숍에까지 이렇게 별도 공간을 만들어야 하나 싶다” 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3학년 전모(25ㆍ남)씨는 “점심시간은 누구나 바쁘고 어딜 가나 붐비는데 교수전용식사공간에 전용시간까지 정해 놓는 걸 보면 학교가 학생보다 교직원 편의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교수전용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4학년 손모(26ㆍ남)씨는 “한 공간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그 이유나 목적이 학생들과 다르므로 예우 차원에서 교수님 전용공간을 보장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적절한 장소와 적당한 수준이 전제되어야 할 것" 이라고 토를 달았다.

“별도 공간 왜 만드나”

“학생들도 시선 갈려”

교수전용공간 외에도 대학이라는 공간을 공유하는 구성원들이 상대방 때문에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끼는 경우는 적지 않다. 편입생이라서 또는 전과생이라서, 심지어는 보통 학생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박탈감은 기분 탓이라고 덮어두기엔 상당히 구체적이고 이유도 분명했다.

엄연한 현실이기에 외면할 수 없는 학내 차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고시반과 일반학생

“모두가 혜택 못 받으면 차별”

“누구나 입실의 기회 주어져”

고시반을 운영하는 대학들은 행정고시나 로스쿨, CPA(공인회계사) 등을 준비하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 후 별도의 학습공간은 물론 휴게실, 기숙사, 장학금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고시반이 누리는 차별적 대우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문제를 제기한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행시로 진로변경을 고민 중인 김채영(20ㆍ여, 숙명여대 1학년)씨는 “학교에 행시반은 있는데 임용고시 준비반은 없다. 사회적 위상에서 두 시험이 차이가 있지만 학교마저 그런 잣대로 학생을 대하는 것 자체가 차별” 이라고 주장했다. 서강대 3학년 유모(27ㆍ남)씨도 “모든 학생들이 고시반이 누리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 차별아닌가” 라고 반문했다. 반면, 같은 학교 3학년 이두환(26ㆍ남)씨는 “누구나 원하면 고시반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므로 차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 특성화 학과와 일반학과

“성적 따라 대우… 서열 조장”

“학교 전략에 따른 것일 뿐”

특성화학과는 대학이 특정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밀어주는’학과다. 입학생에게는 장학금과 기숙사, 해외연수 등 특전이 제공되므로 학교 평균보다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지원한다. 그러나 일반학과 학생들은 입학 성적에 따른 차별대우라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이화여대 4학년 김정민(23ㆍ여)씨는 “그 자체가 학내 서열을 조장할 수 있다. 학교본부가 성적에 따라 학생을 달리 대우하는 것은 차별이며 계급화”라고 말했다. 특성화학과 학생들 중에서도 추가 합격자나 전과생은 전혀 혜택을 못 받는 내부 차별도 존재한다. 이주현(25ㆍ여, 한양대 정책학과 전과생)씨는 “우리 과 입학생은 대부분 4년 전액 또는 반액 장학금을 받는데 전과생은 해당이 안 되니 아쉽고 짜증난다. 하지만 사립학교에서 학교 전략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틀린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3. 편입생과 일반학생

이대 편입생 첫 학기 수강신청

정정 기간에만 할 수 있어

좀 더 나은 학교에서 적성에 맞는 공부를 하고 싶어 편입학을 선택했고 성공했다. 그러나 막상 편입학을 하고 나니 똑같은 등록금 내면서 받는 차별대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해 성신여대에서 이화여대로 편입한 김모(23ㆍ여)씨는 “편입학도 엄연한 입학인데 신입생 교육프로그램도 없고 첫 학기엔 수강신청에서도 차별을 받았다. 원래 18학점을 신청하고 싶었지만 편입생은 수강 정정 기간에 해야 하다 보니 남은 자리가 없어 15학점 밖에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차별은 졸업까지 이어진다. 김씨는 “졸업학점 기준으로 4.3만점에 4.0 이상은 최우등, 3.75 이상이면 우등상을 받는데 편입생은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우등상을 받지 못한다” 라고 억울해 했다.

#4. 남과 여, 예비역과 미필

“예비군 훈련 받느라 수업 손실”

남학생들 쉴 곳은 없거나 부족

남학생들이 느끼는 차별 중 으뜸은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수업 손실이다. 성균관대 4학년 방상원(25ㆍ남)씨는 “예비군 훈련으로 수업을 빠지면 공결처리는 되지만 결국 성적에서 손실을 입는다. 전공수업 수강인원 중 다수가 훈련으로 빠질 경우는 휴강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여학생 휴게실에 비해 부족한 남학생 휴게실도 차별의 증거로 인용된다. 대부분 학교가 여학생 휴게실은 오래전부터 운영해 왔지만 남학생 휴게실은 없거나 부족하다. 서울대 3학년 한규직(25ㆍ남)씨는 “남학생도 힘든 건 마찬가진데… 수면실이라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쉴 공간이 부족한 건 여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졸업생 박모(27ㆍ여)씨는 “여학생 휴게실은 비좁고 잠만 자도록 되어 있어서 공용휴게실을 이용했는데 언제부턴가 남학생만의 공간이 됐다. 교내에 여학생들이 쉴 만한 공간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그래픽=강준구기자 wldms4619@hankookilbo.com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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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내 'P'커피숍 홀이 학생 고객들로 붐비고 있지만(위 사진), 교수전용공간은 한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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