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밀리언셀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박돈규 지음
북오션 발행ㆍ280쪽ㆍ1만5,000원
출판 불황에 더해 종이책 종말론까지 대두된 요즘, 밀리언셀러라는 말은 신화 속 단어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도 밀리언셀러는 존재한다. 이 책들은 뭘 의미할까. 종이책의 미래를 가리키는 방향등인가, 책 종말론을 굳히는 비관의 전조등인가.
일간지 기자 출신 박돈규씨가 쓴 ‘우리 시대의 밀리언셀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는 21세기 들어 한국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책 20종을 분석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미생’ ‘아침형 인간’ ‘아프니까 청춘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글만리’ ‘1Q84’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칼의 노래’ 등 제목들을 훑다 보면 이렇게 많은 밀리언셀러가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책들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제각각이다. 혜민 스님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모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힘을 제대로 증명했다.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서정적인 그림이 곁들여진 가볍고 짧은 글들의 유행을 열었다. 만화 ‘미생’은 웹툰, 드라마 등으로 눈도장을 찍은 뒤 안전하게 흥행을 보장 받은 사례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내용의 난해함 때문에 여태까지도 신드롬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용산 참사, 노무현 대통령 자살 등 사회 분위기가 불씨를 지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도 확실치 않다. 어떤 책은 대통령이 언급해서, 어떤 책은 드라마 주인공이 읽어서 인기가 수직 상승했다.
책은 결론 없이 끝난다. 다음 10년의 밀리언셀러를 예측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대통령이든 연예인이든, 이제 모든 밀리언셀러에는 확실한 부스터가 필요하다는 것.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