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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ㆍ中 두만강 일대 인프라 연결ㆍ교역 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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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ㆍ中 두만강 일대 인프라 연결ㆍ교역 훈풍

입력
2015.1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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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 보수ㆍ도로 확장 굴착기 굉음

투먼~남양 도보 여행 상품까지

中, 건설비용 전액 부담 등 적극적

北은 통관 제한ㆍ차단 준비 덜 된 듯

北 주민 월경ㆍ강력사건 잇따르자

삼엄한 검문 등 아직은 갈 길 멀어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조선족자치주 국경도시 룽징(龍井)은 한민족과 관계가 깊다. 19세기 두만강을 건너온 한민족이 정착해 조선족자치주 가운데서도 조선족 거주비율이 가장 높다. 백두산 관광의 연결로가 관통하고 항일유적지와 시인 윤동주 묘가 남아있어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도 잦다.

하지만 시내를 벗어나 북한 국경 쪽으로 다가갈수록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지난달 26일 일제시대 때 깔아놓은 철로 옆 도로를 따라 국경 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거대한 옥수수밭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차량으로 1시간쯤 내달려 도착한 카이샨툰 세관. 여기서 20m만 더 가면 북한 땅이다. 접경지역의 한적한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진입로 입구에서부터 총을 든 군인들이 신분증 검사를 하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탈영한 북한 군인이 강폭이 좁은 두만강을 넘어와 중국인을 살해하거나 민간차량에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올 들어 잇따르자 삼엄한 검문검색을 하는 것이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조선족은 “두만강에 접한 일부 접경지역에서는 월경한 북한 군인이나 민간인들이 식량과 금품을 훔치는 등 강력사건이 자주 발생해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중국 투먼시에서 40여㎞ 떨어진 슈아이완즈 교각 위에 수확한 옥수수가 가득 쌓여 있다.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30여m의 다리 너머에 북한 농부들이 콩 도리깨질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중국은 일제시대 때 파괴돼 북한과의 교류를 막았던 이 다리를 연결하기 위해 내년에 공사를 착수할 예정이다. 슈아이완즈=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달 26일 중국 투먼시에서 40여㎞ 떨어진 슈아이완즈 교각 위에 수확한 옥수수가 가득 쌓여 있다.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30여m의 다리 너머에 북한 농부들이 콩 도리깨질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중국은 일제시대 때 파괴돼 북한과의 교류를 막았던 이 다리를 연결하기 위해 내년에 공사를 착수할 예정이다. 슈아이완즈=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월경 범죄로 삼엄한 두만강 세관 일대

두만강에는 압록강과 달리 강폭이 5~10m에 불과한 곳이 적지 않다. 이런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은 월경 방지용 철책선을 쳐놓았고, 북한도 지하와 지상에 초소를 설치했다.

반면 카이샨툰에서 37㎞ 떨어진 투먼시 세관 일대는 정반대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북한을 지척에 두고 있어 국경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마침 북한의 남양까지 연결하기 위해 공사중인 교각의 하부에 건설자재가 수북하게 쌓였고, 굴착기가 부지런히 자갈을 퍼내고 있었다. 양국은 지난 9월 투먼과 남양을 잇는 교각에 대해 20년 만에 보수공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건설비용은 중국이 전액 부담한다. 옌볜대의 한 경제학 전공교수는 “보수공사에 들어갔다는 것은 친중(親中) 성향이었던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 후 관계가 악화된 양국이 무역과 관광을 활성화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며 “자전거와 도보를 통한 남양 여행상품도 개발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인 지린성 투먼세관 건너편에 보이는 북한 남양역 모습. 중국은 지난 9월부터 투먼과 남양을 연결하는 교각에 대해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투먼=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달 26일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인 지린성 투먼세관 건너편에 보이는 북한 남양역 모습. 중국은 지난 9월부터 투먼과 남양을 연결하는 교각에 대해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투먼=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두만강을 따라 설치된 중국 지린성 접경지역의 경고판. 뒤에 두만강과 북한 땅이 보이고, 북한 쪽으로 넘어가면 처벌을 받는다는 경고문구가 적혀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두만강을 따라 설치된 중국 지린성 접경지역의 경고판. 뒤에 두만강과 북한 땅이 보이고, 북한 쪽으로 넘어가면 처벌을 받는다는 경고문구가 적혀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투먼에서 동쪽으로 40여㎞ 떨어진 슈아이완즈 교각을 사이에 둔 풍경은 양국 상황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듯 했다. 1938년 건설돼 두 나라를 이어줬던 이 다리는 해방 후 일본군이 철수하면서 파괴해 교각 일부가 끊겼다. 지난달 26일 찾아간 이 교각 위에는 수확한 옥수수 더미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수북이 쌓여 통행을 막고 있었다. 끊긴 다리에서 북한 쪽을 바라보니 10m 너머에 북한 농민 서너 명이 콩 도리깨질을 하느라 분주했다. 북한 주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국 농민은 “북한 땅이 저렇게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이 다리를 통한 교류는 전혀 없다”며 “내년부터 교각공사를 하기로 양국이 합의해 세관이 설치될 것이란 소문이 있지만 가봐야 알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만강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ㆍ중을 연결하는 세관은 도로 13곳에 철도가 3곳이나 되지만 접경지역 분위기와 양국 관계에 따라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중국 지린성 훈춘시의 3국(중국 러시아 북한) 접경지역인 팡촨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모습. 사진 오른쪽의 두만강 위로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나진-하산 철길이 보인다. 철길 오른쪽은 북한, 왼쪽은 러시아 영토이며, 전망대는 중국에 세워졌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중국 지린성 훈춘시의 3국(중국 러시아 북한) 접경지역인 팡촨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모습. 사진 오른쪽의 두만강 위로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나진-하산 철길이 보인다. 철길 오른쪽은 북한, 왼쪽은 러시아 영토이며, 전망대는 중국에 세워졌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적극적인 중국, 머뭇거리는 북한

두만강 유역은 중국 지린성과 러시아 극동지역, 북한 나진ㆍ선봉까지 3국이 인접해 있고 동해로도 연결돼 국제정세에 따라 공기가 달라진다. 장성택 처형과 북한의 3차 핵실험 여파로 지난해 북ㆍ중 무역규모는 전년보다 2.4% 감소한 64억달러에 그쳤다. 특히 두만강 유역에서의 북ㆍ중 교류는 다른 변수가 많다. 북한은 검역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전염병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통관을 제한하거나 막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접경지역 총기사건, 태풍피해 등 돌출요인도 교류에 영향을 미친다. 취안허와 투먼세관에서는 각각 신두만강대교가 건설되고 도로 보수공사가 이뤄지는 등 교역확대 분위기가 높지만 카이샨툰이나 산허 등 룽징 지역은 검문이 강화됐다.

유동적인 북ㆍ중 관계 속에서도 중국은 국제물류중심지로 떠오른 접경지역 개발에 주력하며 북한과의 교류확대에 정책의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달 28일 훈춘시 팡촨(防川)에서 열린 동북아 물류협력포럼에 참석했던 안국산 옌볜대 조선반도연구원 경제연구소장은 “중국이 일대일로(신실크로드) 정책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는 데다 훈춘 개발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교역은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훈춘ㆍ옌지ㆍ룽징ㆍ단둥=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심층기획 ‘개발 열풍, 북ㆍ중ㆍ러 접경을 가다’

<1>천지개벽하는 압록ㆍ두만강변

<2>100년 만의 부활 꿈꾸는 연해주

<3>대륙의 꼬리가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4>긴장과 기대 교차하는 두만강

<5>열리지 않은 희망다리, 신압록강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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