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사상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출발하는 ‘한반도 통일 대역전경주대회: 한라에서 백두까지’의 숨은 강자는 전남이다. 2013년 ‘깜짝’ 준우승을 거둔 전남은 올해도 ‘3강’ 충북, 서울, 경기 등 전통 강호에 대항할 수 있는 다크호스를 넘어 우승후보로 부족함이 없다.
육상계가 전남을 우승후보로 꼽는 것은 달라진 대회 규정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500km가 넘었던 국토종단레이스가 259km로 크게 단축됐기 때문이다. 종전까지는 상대적으로 팀과 선수를 많이 보유한 시ㆍ도가 유리한 조건이었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전남은 2002년 준우승 이후 줄곧 중위권에 머물렀지만 2013년 제59회 경부역전마라톤에서 서울, 경기도를 제치고 11년 만에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중ㆍ장거리 종목에 유난히 애착이 큰 전남육상경기연맹이 전폭적인 지지를 마다하지 않은 결과다.
특히 전남에는 역전마라톤의 전국구 스타 백승호(25ㆍ코오롱)이 버티고 있다. 백승호는 57~59회 3회 연속 최우수선수상(MVP)을 거둔 전남의 보배다. 이는 황영주, 이봉주(이상 45) 등 경부역전마라톤 영웅들도 거둔 적이 없는 전대미문의 성적이다. 백승호는 목포공고 1학년 시절 뒤늦게 육상에 입문해 한국 마라톤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역전마라톤과 인연이 깊은 만큼 “제일 선호하는 대회가 역전마라톤”이라며 애정을 보냈다.
지난해 경부역전마라톤이 환갑을 맞으면서 역전 스타 백승호 역시 MVP 4연패를 노렸지만 통합 9연패를 달성한 충북에 최우수선수상을 넘겨줬다. 충북팀의 손명준(21ㆍ건국대)이 백승호의 연패 행진을 막아 선 것. 이들은 지난해 대회에서 나란히 5개 소구간 1위, 신기록 2개의 준수한 성적을 작성했지만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구간을 소화해 낸 손명준에게 MVP가 돌아갔다.
백승호는 이제 동료들과 함께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제96회 전국체전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박주영(35ㆍ한국전력공사) 역시 전남팀의 핵심멤버다. 김민(26ㆍ삼성전자) 역시 지난 6월 열린 제69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만m에서 우승해 대회 2연패를 기록한 실력자다. 1,500m 강자 박대성(23ㆍ여수시청)도 힘을 보탠다. 전남팀은 또 선수단에 중등부 김호연(15ㆍ전남체중)을 포함시켰다. 아직 나이가 어려 주축멤버로 레이스를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한국 육상의 등용문인 역전마라톤을 몸소 경험해보라는 배려에서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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