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가 영양 20만 마리 떼죽음… ‘온난화 멸종’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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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가 영양 20만 마리 떼죽음… ‘온난화 멸종’ 신호탄?

입력
2015.11.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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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초원 위에 넓게 퍼진 사이가 영양의 사체. 자료: Phys.org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초원을 누비고 사는 소 과(科)의 동물 ‘사이가 영양’이 올해 5월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20여만 마리나 떼죽음을 당해 순식간에 멸종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끼리를 닮은 주름 진 긴 코가 특징인 ‘사이가 영양’은 20세기 초반까지 중앙아시아 초원 지대에서 번성했다. 그러나 이후 남획으로 1990년대에는 5만 마리까지 개체수가 줄어들었으나 국제적인 보호 노력으로 최근 수 십만 마리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이번 떼죽음은 서식지인 초원 지역에 기상 이변이 나타난 시기에 발생, 가설로만 제시됐던 지구온난화에 의한 대량 멸종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일 ‘사이가 영양’의 대량 폐사 연구를 위해, 최근 현지를 방문한 학자들의 정밀 조사 결과, 폐사의 규모가 멸종 수준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영국 왕립수의과 대학 리차드 코크 박사는 NYT에 “야생동물 질병 연구에 평생을 바쳐왔지만, 이번처럼 끔찍하고 심각한 사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코크 박사에 따르면 이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만 해도 폐사 규모는 11만마리 정도로 추정됐다. 그러나 최근 이뤄진 서방 전문가들의 실사에서 카자흐스탄 베트팍-달라 지역에 머물던 24만 마리 중 88%에 달하는 21만1,000마리가 1개월 만에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러스 변이로 추정되는 내부 출혈로 숨진 ‘사이가 영양’사체가 카자흐스탄 정부에 의해 매립되고 있다. 자료:Phys.org

더욱 심각한 것은 학술적으로 완전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이번 사태가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이상기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동물학회 소속의 스테픈 주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초원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독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반면, 부검한 영양의 사체에서 박테리아 이상 증식에 따른 내부출혈이 확인됐다.

코크 박사는 ‘사이가 영양’의 대량 폐사 원인으로 지목된 파스퇴렐라 균은 평소에는 무해하지만 이상기후가 지속되면 독성을 뿜는 변종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기후변화와 ‘사이가 영양’의 대량 폐사를 연관 지을 수 있는 다른 연구도 제시했다. 초식동물의 경우 이상 기후로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평소 면역력으로 쉽게 물리치던 체내 박테리아 공격에 무력화될 수 있으며, 무해하던 박테리아가 기온이 상승하면 독성 물질을 내뿜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별도의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는 것이다. 코크 박사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박테리아 변이가 대량 폐사의 실제 원인이라면, 최악의 경우 1년 이내 멸종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강한 사이가 영양. 코끼리처럼 긴 코가 특징이다.

한편 몽골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관련국들은 최근 국제회의를 열고 ‘사이가 영양’의 이동경로 보장 등 개체 보전을 위한 5개년 계획에 합의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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