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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시 파켓] ‘서울시민=행운아’라고 말하고 싶은 까닭

입력
2015.10.3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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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울시의 교통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이 주제에 대해 특별한 고찰이나 논평거리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미리 고백한다. 무엇보다 이 글은 단지 고마움에 대한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진짜 서울의 버스와 지하철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살아온 지난 몇 년간을 되돌아보면, 그 시간의 대부분을 대중 교통에서 보냈다.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서울의 버스와 지하철은 다른 나라의 그것보다 매우 호의적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도시들의 교통수단은 지저분하고, 느리고, 신뢰하기 어렵고, 불편하며 한국에 비해 상당히 운임이 비싸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보다는 낫지만, 한국의 버스와 지하철은 둘 다 매우 잘 운행되며,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가끔씩은 해외 관광객들이 서울 지하철 시스템이 세계 최고 중 하나라고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대중 교통 수단이 거의 없는 미국 시골마을에서 자란 나는 주로 손수 자동차를 운전했었다. 16세 6개월(메사추세츠주의 운전 허용 연령)이 되자마자 달려가서 자동차 면허를 땄다. 그리고 나서 난생 처음 남에게 부탁하지 않고 혼자서 여기저기를 다니는 자유를 경험했다. 그 뒤 10년 이상,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나는 꽤 자주 운전을 하고 다녔다.

차가 많지 않은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달리면 여유와 활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혼자라면 생각에 잠기기도 좋은 시간이다. 마음 한 켠에서는 내 고향에서의 드라이브가 그립기도 하다.

그러나 서울에 살면서, 난 운전대를 잡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부분적으론 도시에서의 운전이 시골과 꽤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골길에서는 유유자적 할 수 있는 반면, 서울에서는 다른 차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집중해야만 한다. 거기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교통체계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만 같은 것도 있다. 서울에서 운전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생각에 잠기기도 좋은, 그런 시간도 아니다.

물론 버스와 지하철의 큰 단점은 사람들로 붐빈다는 거다. 특히 출퇴근 시간(그뿐만이 아니지만)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군중들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단련만 된다면, 대중교통은 운전을 하는 것보다 훨씬 자유롭게 느껴질 수 있다. 길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독서나 음악감상에 집중할 수 있다. 야간의 버스에서는 스쳐가는 도시를 볼 수 있는 멋진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비좁고 작은 자동차 보다 몸을 움직이기에도 수월하다. 행선지에 도착하기 위해 조금 더 걸을 필요는 있지만, 주차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기름을 넣거나 차를 수리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내 입장에서 버스와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은 뇌에게 휴식을 주는 기회다.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음악을 들으면서 말이다. 머리 속에 뭔가 남아있으면, 그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했다. 샤워 중에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른다는 상투적인 말도 있지만, 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아이디어는 버스 타고 있는 도중에 나온다.

대체로 타고 다니기 좋은 교통 시스템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 긍정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서울에서 정말 운전을 할 수밖에 없게 됐을 때 나는 중압감에 질려 버린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나와 생각이 다른 듯하다. 거기엔 기본적인 사회적 믿음, 즉 차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본질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자동차는 안정의 상징이며,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는 자동차 소유에 대해 그만큼의 가치를 두며 존중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서울시민들을 관찰한다면 뭐라고 할까? 그들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일 작은 철제 박스에 올라타려 하고, 질식할 것 같은 길을 다니려고 아등바등 할까’하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자동차 보다 대중교통을 선택하는 건 환경, 안전, 건강 등 많은 이유가 있을 테다. 나는 여전히 인구의 5% 미만이 자동차를 이용하고 95% 이상은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미래 도시를 꿈꾼다(안타깝게도 서울은 자전거를 타기에 그리 좋은 도시는 아니다). 그런 도시들이 가까운 시기에 나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서울 시민들은 좋은 대중교통이 있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에 대해서는 알아야 할 것 같다.

영화 평론가 겸 배우

서울시의 심야전용 버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시의 심야전용 버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원문보기

The Freedom of Buses and Subways

For this week’s column I’m going to write about the public transportation system in Seoul. I should say at the outset that I don’t have any particularly original insight or comment to make about this topic. More than anything, this is just a letter of appreciation, because I’ve grown to really like Seoul’s buses and subways.

Looking back on the years I’ve lived in Seoul, a big part of that time was spent on public transportation. The first thing to say is that Seoul’s buses and subways compare pretty favorably to those in the rest of the world. In U.S. cities, public transportation is dirtier, slower, less reliable, less comfortable, and considerably more expensive than in Korea. Other countries do better than the U.S., but Korean buses and subways are both very well run and comparatively low-priced. More than a few times, I’ve heard international visitors describe Seoul’s subway system as one of the best in the world.

Growing up in a rural American town where there was no public transportation, I spent a lot of time driving in cars. As soon as I turned 16 and a half ? the legal age to drive in Massachusetts ? I rushed out and got my driver’s license. Then, for the first time I experienced the freedom of being able to go places by myself, without having to ask someone to drive me. Over the next ten years, before moving to Korea, I drove quite often.

There is something both relaxing and energizing about driving in the countryside, on long winding roads where there are not many other cars. If you are alone, it is a good time to think. There is a part of me that misses driving in my hometown.

But living in Seoul, I feel no desire to get behind the wheel of a car. Partly it’s because the experience of driving in the city is so different than driving in the countryside. Whereas you can let your mind wander on country roads, in Seoul you have to constantly concentrate on what other cars are doing. There’s also something universally stressful and frustrating about being stuck in traffic, unable to move with freedom. Driving in Seoul is hard work. It is not a good time to let your mind wander.

Of course, the big disadvantage of buses and subways is the crowding of people, particularly (but not only) during rush hour. But if you can train yourself to be comfortable in a crowd, then public transportation feels so much freer than driving in a car. You don’t have to concentrate on the road, so you can focus on reading or listening to music. Nighttime on a bus is a great time to watch the city go by. It’s easier to move your body than in a cramped, small car. You might need to walk a little to reach your destination, but you don’t have to worry about parking. You also don’t have to deal with refueling, or with getting cars fixed if they break down.

For me, time spent on buses and subways is an opportunity to let my brain relax. I listen to podcasts, audiobooks and music. If something’s on my mind, I have the chance to think about it. I’ve found it’s also a time when ideas come to me unexpectedly. There’s a cliche about people coming up with creative ideas in the shower. That has never happened to me. Ideas come to me in the bus.

All in all, there’s a “lightness” to traveling on a well-run public transportation system that I’ve come to really appreciate. In contrast, when I do end up driving in Seoul, I become overpowered with a sense of “heaviness”.

But many people don’t share my feelings.There seems to be a basic social belief that having a car is inherently better than using public transportation. Cars are status symbols, and society as a whole seems to value and respect car ownership. But I think if aliens came down to Earth and observed the citizens of Seoul, they might wonder why so many people go through the trouble of climbing into small metal boxes every day and trying to navigate through roads choked with traffic.

Of course, there are many good environmental, safety and health reasons to choose public transportation over cars, too. I still dream of one of those future cities where less than 5% of the population use cars, and the other 95% move around on bicycles or public transportation. (Alas, Seoul is not a good city for bicycles...) I suppose such cities are unlikely to spring up any time soon. But Seoul citizens should still try to appreciate just how lucky they are to live in a city with good public transpor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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