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리의 맛깔나는 책이야기] 왕자와 거지

16세기 런던의 실상 배경으로 삼아

왕·귀족과 백성·거지의 다른 삶 보여

비판적으로 사회 읽을 수 있어

신분 바꾸는 소설 쓴 의도 찾아보고

'역지사지' 필요성 다시 정리해봐야

연극 대본 만들어보는 것도 유익

왕자와 거지 · 마크 트웨인 글 · 조필성 엮음 · 김소영 그림 ·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감수 · 아이세움 발행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이 되기를 꿈꾸는 순간이 있습니다. 한창 몰입해 보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으면 하거나 신문 기사를 읽으며 ‘내가 이 사람이라면 이렇게 저렇게 할 텐데….’하면서 말입니다. 오늘은 그런 상상에서 출발했을 것 같은 고전 장편 소설 ‘왕자와 거지’를 만납니다.

이 소설은 미국 문학의 전통을 창조한 작가로 평가 받는 마크 트웨인이 1881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왕자와 거지’는 입장이 바뀌는 바람에 기막힌 모험을 겪는 두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두 주인공은 한날 한시에 태어난 데다 생김새까지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한 사람은 왕자 에드워드로, 다른 한 사람은 거지 소년 톰으로 태어난 게 다를 뿐입니다.

날이면 날마다 주먹을 휘두르는 망나니 같은 아버지 밑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톰을 지탱해 주는 것은 앤드루 신부가 들려주는 전설이나 왕자의 모험 이야기입니다. 톰은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왕자라면 어떻게 할지 상상하고 그에 걸맞게 예의 바른 말씨와 태도를 갖추어 행동합니다. 본적도 없는 왕자가 톰의 롤 모델이 된 것입니다.

왕자를 만나고 싶다는 톰의 소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궁전 앞을 지나던 어느 날, 톰의 시야에 에드워드 왕자가 들어옵니다. 창살에 매달리는 톰을 병사들이 쫓아내려 하자 왕자는 오히려 병사를 꾸중하고는 톰을 방으로 데려갑니다. 궁전 밖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던 왕자는 옷을 바꿔 입어보자고 제안합니다. 누가 누군지 구별 못할 정도로 꼭 닮았거든요. 톰을 다치게 한 병사를 혼내주겠다며 달려 나간 에드워드 왕자는 병사에게 뺨을 맞고 궁전 밖으로 내던져집니다. 어느 틈에 톰은 에드워드 왕자로 왕자는 거지 소년 톰으로, 둘의 세상은 뒤바뀌었습니다. 거리를 헤매던 에드워드는 톰의 아버지 캔티에게 잡혀 집으로 끌려갑니다. 자신은 왕자라고 소리치지만 돌아버린 녀석으로 취급 당할 뿐이지요. 궁전에 남은 톰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죠. 설상가상 왕자의 아버지인 헨리 8세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톰은 왕이 되어야 할 지경이 됩니다. 톰이 우왕좌왕 왕자로 사는 동안 에드워드는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깁니다. 아무도 진실은 믿어주지 않고, 도둑질과 구걸을 강요당하는 등 끔찍한 일의 연속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관식장에서 에드워드와 톰은 다시 만납니다. 톰은 에드워드가 무사히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도운 다음 어머니에게 돌아갑니다. 본의 아니게 거지 소년의 삶을 맛본 에드워드는 가난한 백성을 돌보는 왕이 됩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던 왕자와 거지의 모험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거지소년 톰은 항상 왕자가 되길 꿈꿨지만 갑자기 겪게 된 궁전 안 생활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하루 아침에 궁전 밖으로 내던져 진 에드워드 왕자 역시 도둑질과 구걸을 해야 하는 일상을 힘겨워하고 있다. 아이세움 제공

독후 활동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두 주인공이 겪은 사건 흐름에 따라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이 첫 번째 활동입니다. 주제 관련 활동이 기다리고 있으니 여기서는 큰 줄기만 간추리면 됩니다. 마크 트웨인은 배경으로 삼은 16세기 런던의 실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헨리 8세, 에드워드 6세 등 실존 인물을 등장시켰습니다. 저자의 의도를 생각하며 당시 사회를 비판해 볼까요?

먼저 내용을 바탕으로 당시 사람들의 삶을 살펴봅니다. 왕, 귀족은 물론 가난한 백성과 거지, 범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떠올리고 생활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귀족과 일반 백성들의 삶이 왜 이렇게 다른지 생각해 봅니다. 끔찍할 정도로 잔인한 처벌은 왜 문제인지도 생각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가 두 주인공의 신분을 바꾸는 방식으로 소설을 쓴 의도는 무엇일지 자유롭게 이야기해 봅니다. 저자인 마크 트웨인이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작가로 유명했다는 사실을 참고 삼아 알려주면 다양한 사고에 도움이 됩니다.

이제 계획에 없던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경험한 에드워드 왕자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주제로 토론해 보겠습니다. 우선 ‘입장 바꾸기’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을 선정합니다. 왕자를 상상한 톰처럼 비현실적인 인물보다는 가까이 있는 사람, 그래서 그 사람의 생활을 대강은 알고 있어야 의미 있는 토론이 됩니다. 인물을 선택했다면 그 사람의 하루 일과를 짐작해 봅니다. 이 과정만으로도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10대 청소년 중에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도 학원도 없이 자녀에게 잔소리하고 다른 엄마들과 커피 마시며 수다 떠는 게 엄마의 일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활동을 통해 엄마의 하루를 짚어가다 보면 생각보다 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일과를 살펴본 후에는 그 입장의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책임감이나 고민 등 어린이들이 짐작하기 힘든 부분까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함께 토론하는 부모님의 역할입니다.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역지사지’가 왜 필요한지 정리해 말하거나 쓰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또 글쓰기 활동으로 ‘왕자와 거지’의 한 부분을 연극 대본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인상 깊은 장면을 골라 대사, 지문, 해설을 활용하여 극본을 씁니다. 두 사람 이상 등장하는 장면이 좋겠지요. 극본을 쓴 뒤 실제 연기해 보기를 권합니다. 오늘 소개한 ‘왕자와 거지’는 초등학생 독자가 읽기 수월하도록 줄이고 다듬어 펴낸 것입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독서 능력이 우수한 어린이라면 완역본 읽기에 도전하는 것도 좋습니다. 분량은 좀 많지만 흐름이 끊기지 않아 내용을 이해하기 수월하고 성취감과 감동도 두 배 이상 얻게 될 것입니다.

이정화ㆍ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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