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14년 만의 우승 한 걸음 더
김태형(48) 두산 감독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잠실에서 2승1패가 목표”라면서 “3, 5, 6차전을 이기고 싶다”고 구체적인 희망을 제시했다. 3차전은 장원준(30), 5차전은 유희관(29), 7차전은 더스틴 니퍼트(34) 등 두산의 확실한 선발 3인방이 등판하는 날이다.
‘가을 사나이’로 거듭난 장원준이 첫 테이프를 끊으며 김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장원준은 선발 7⅔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 팀의 5-1 승리에 이끌고 3차전 MVP에 선정됐다. 7전4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2승1패로 앞서 나간 두산은 2승만 더하면 2001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다. 지난해까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1패로 3차전을 치른 경우는 총 13번이며 3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사례는 그 중 11번으로 84.6% 확률에 이른다.
반면 삼성은 정규시즌 팀 타율 1위(0.302)의 방망이가 2, 3차전 연속 터지지 않아 위기에 몰렸다.
정규시즌에서 12승12패, 평균자책점 4.08로 자유계약선수(FA) 84억 몸값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던 장원준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4경기에 등판해 3승째를 올리며 니퍼트와 최강의 ‘원투펀치’를 뽐내고 있다. 이날은 오락가락한 빗줄기로 1회말 20분, 3회초 32분 등 두 차례에 걸쳐 경기가 중단됐다. 보통 경기가 중단됐다가 재개되면 투수들의 어깨는 급격히 식는 관계로 구위가 떨어지거나 아예 교체 수순을 밟기도 한다. 하지만 장원준은 굴하지 않았다. 두 차례 ‘강제 휴식’ 후에도 8회초 투 아웃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이날도 자로 잰 듯한 제구력과 절묘한 볼배합으로 삼성 타선을 농락했다. 투구수는 무려 127개. 정규시즌에서도 8월8일 잠실 LG전에서 던진 122개가 최고였다.
장원준은 1회초 등판하자마자 내야안타와 폭투에 이어 나바로에게 적시타로 선취점을 허용해 출발은 불안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6회 2사 후 최형우에게 2루타를 허용해 2ㆍ3루를 내준 건 외에는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두산은 0-1로 뒤진 4회말 김현수와 양의지의 연속 볼넷과 오재원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ㆍ3루에서 박건우의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로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5회에는 양의지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한 뒤 6회에는 병살 플레이를 연결하려던 삼성 2루수 나바로의 악송구 실책에 편승해 2점을 더 보태며 완전히 균형을 깼다.
포스트시즌 들어 최고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두산 허경민은 이날도 안타 1개를 보태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부터 이날까지 21개째 안타를 쳐 2001년 안경현(두산), 2009년 박정권(SK), 2011년 정근우(당시 SK)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편 이날 잠실구장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구에서 열린 2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으로 찾아 관심을 모았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도 동행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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