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펠르랭 장관 숙대 명예박사 학위
“양성평등 쟁취는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결코 포기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연구자, 엔지니어, 리더가 되는 길을 선택하세요. 여성들은 능력뿐만 아니라 남성만큼의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최초로 유럽 선진국의 장관으로 임명된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ㆍ김종숙) 프랑스 문화통신장관이 8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내년에 열릴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 준비를 위해 7~10일 한국을 찾은 펠르랭 장관은 이날 숙명여대에서 경제학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축사에서 “(펠르랭 장관은)끊임없는 노력과 과감한 도전으로 여성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특별히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이해 숙명여대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장관님을 맞이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황 총장 소개처럼 펠르랭은 16세에 고교를 조기 졸업하고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에 합격한 뒤 경제학, 행정학, 정치학 분야에서 프랑스 최고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대학에서 공부를 이어간 수재다. 서울에서 태어나 생후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 보내졌다.
펠르랭 장관은 “한국 입양아들의 역사와 최근 40년간 한국에 있었던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있어 명예박사학위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이 학위는 교육이 정책의 중심이고 양성평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프랑스의 영예이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펠르랭 장관은 학위수여식 후 숙명여대 학생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변하고 있는 디지털ㆍ경제 환경과 관련해 정부의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작품의 공유가 늘어난 만큼 수입을 보장받지 못하는 예술 생산자들의 저작권 보호와 개인정보의 윤리적ㆍ민주적 이용을 강조했다.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시행하고 있는 음악방송쿼터제도 예로 들었다.
한국과 프랑스간의 활발한 논의와 교류 필요성도 강조한 펠르랭 장관은 “프랑스 대사관과 한국의 포털 사이트가 디지털 비디오 플랫폼을 함께 제작 중이고 창의성을 위한 신기술센터 개소를 위해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곧 방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펠르랭 장관은 이 자리에서 “보아라/ 하나의 파도가 인다고 해서 모든 파도가 인 것은 아니다/ 파도는 모두 함께 이는 것이다”며 프랑스어로 번역된 고은 시인의 시를 낭독해 양국의 미래를 기대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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