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곽정은] 정숙한 옷차림 강요… 남친의 ‘인형 놀이’

입력
2015.10.06 14:08
0 0

Q 2년 정도 만난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어요. 저에게는 첫사랑이기 때문에 이 남자가 저는 정말로 좋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저를 미치게 하는 그의 단점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제 스타일을 가지고 너무 간섭을 한다는 겁니다. 지난 2년 동안 저는 긴 바지,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치마, 염색안한 검은 생머리에서로부터 벗어나본 적이 없답니다. 싸우기 싫어서 제가 늘 맞춰주다가, 한 번은 유행하는 핫팬츠를 입고 갔더니 정말 불같이 화를 내길래 결국 옷을 사서 갈아입기까지 했죠. 자기는 하고 싶은 스타일 다 하면서, 저에게는 자기 스타일을 강요하는 남자친구, 이거 문제 있는 거 맞죠?

핫팬츠를 입든 가슴 라인이 훅 파인 슬리브리스를 입든 그건 개인의 자유이고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핫팬츠를 입든 가슴 라인이 훅 파인 슬리브리스를 입든 그건 개인의 자유이고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A 문제있다 마다요.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자기는 하고 싶은 스타일 다 하면서 나에게는 자기 스타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건 스타일의 문제라고 보기엔 많이 이상한 점이 있거든요. 스타일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옷을 입을 수는 있었어야 합니다. 당신이 입은 옷에 대해서 그 사람이 '솔직히 너는 이런 스타일이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라든가 '이런 스타일 말고 다른 스타일을 입어 보는 게 어때?' 정도의 말을 하는 정도로 그쳤어야죠(물론 저는 이런 말 조차도 정말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만요). 가벼운 간섭이나 제안을 넘어서서, 자신이 원하는 차림과 조금도 어긋나는 것을 아예 못 입게 한다는 건 자기표현을 할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로 봐야 합니다. 그냥 스타일의 문제가 절대 아니에요.

그렇다면 생각해봐야겠죠. 이 사람은 왜 나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요. 첫째, 어쩌면 그는 당신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는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생각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가 당신에게 지금 보이고 있는 행동을 보세요. 이건 마치 인형놀이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핫팬츠를 입든 가슴 라인이 훅 파인 슬리브리스를 입든 그건 개인의 자유이고 개인의 취향입니다. 설사 어떤 사람들이 안좋은 시선으로 그 사람을 흘깃댄다면,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비난받아야 하지 않나요? 물론 사람은 시간과 장소에 맞는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룰이라는 게 존재하지만, 그것을 과하게 뛰어넘지 않는 이상 그저 노출의 정도 만으로 누군가를 속박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내 맘대로 옷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절대로 그 사람에게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할 수 없을 거에요. 내어주지 말아야 할 선을 내어주는 순간, 당신은 자신의 자유의지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린 겁니다. 그러니 이젠 단호하게 주장하세요. '네가 뭐라고 생각하든, 나는 내가 원하는대로 옷을 입을 자유가 있는 사람이야'라고 말입니다. 스타일 문제가 아니라 자유의지에 대한 비존중의 문제로 프레임을 바꾸는 순간, 그는 이것에 대해 진짜 속마음을 밝혀야 하는 순간이 오고 말겠죠.

사랑이란 이름의 '인형놀이'는 단호하게 싫다고 이야기 하세요. 게티이미지뱅크
사랑이란 이름의 '인형놀이'는 단호하게 싫다고 이야기 하세요. 게티이미지뱅크

그리고 그의 이런 행동의 두 번째 이유, 그건 어쩌면 그의 질투심과 자격지심에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긴 옷, 긴 치마, 검고 긴 생머리는 괜찮지만 조금이라도 더 꾸며서 다른 사람들 속에 있을 때 조금이라도 부각되는 것만은 싫다는 거잖아요. 앞서 말했듯 그는 '난 이런 스타일이 제일 좋아'라는 식으로 당신에게 에둘러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당신이 남들 눈에 띄는 것이 싫다는 말로밖에는 보이지가 않네요. 동화로 따지면, 마치 백설공주를 꼭대기 다락방에 숨겨놓고 아무의 눈에도 못 띄게 만들려는 왕비 같은 느낌이랄까요. 왕비는 사랑해서 그런게 아니잖아요. 불안했고 질투했기 때문에 그랬죠.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낀다는 건, 그냥 그 사람이 맘대로도 할 수 없고 다른 사람에 눈에 띄지 않게 하는 일과 같은 일이 절대 될 수 없어요. 그 사람을 믿고, 그 사람이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걸 경험할 수 있도록 기꺼이 그 자유를 인정해야죠. 남친의 그토록 강한 간섭은, 사실상 다른 모든 이성을 적으로 생각하고, 내 사람을 빼앗아 갈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한다는 증거밖에 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건 또한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믿지 못해 생긴 불신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에게 물어보셔야 해요. '나를 믿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요.

'이 점만 빼면 정말 좋은 사람인데...'라는 스스로의 판단에 속지 마세요. 바로 '그 점'을 합한 전체가 그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아무리 당신에게 따스하게 대한다고 해도, 아무리 당신에게 친절한 얼굴로 옷을 골라준다고 한들, 그는 당신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사람이며 당신이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니까요. 단호하게 물어보고, 그 후에 현명하게 판단하는 것이 지금 당신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하고 큰 숙제가 아닐까요.

연애 칼럼니스트

곽정은 '러브 인사이트' ▶ 기사 모아보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