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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직접 만든 행복조례, 구청이 정책으로 지원합니다"

입력
2015.10.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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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이끄미' 꾸려 6개월 활동

300명 대토론회 거쳐 논의 막바지

"이웃과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

안전도시ㆍ품위 있는 삶 등 내용 담아

구청장 행정직 지원 등 의무 명시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청 한우리홀에서 열린 ‘전국 최초 행복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의 내용을 담은 글을 공개하고 있다. 종로구청 제공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청 한우리홀에서 열린 ‘전국 최초 행복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의 내용을 담은 글을 공개하고 있다. 종로구청 제공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주민 중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한국은 올해 세계행복지수 조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2위, 세계 143개국 중 118위에 그쳐 국민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이런 해답을 찾기 위해 서울 종로구의 주민들이 나섰다. 주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지역 사회 실현을 위해 직접 조례 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종로구청의 한 회의실에는 20여명의 종로 주민들이 모여 열띤 토의가 한창이었다. 그들의 대화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3월 모집한 ‘종로 행복드림 이끄미(이하 이끄미)’들. 종로구 주민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대부분 일면식도 없는데도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오로지 주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종로구를 만들겠다는 목적 때문이다. 이들은 이끄미 활동을 시작한 후 6개월 동안 정기회의와 온라인 모임 등을 통해 종로구의 행복관련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나누고 행복조례 주민발의 등을 논의했다.

이끄미들은 이날 ‘종로행복조례안’ 작성을 위한 막바지 논의를 벌였다. 종로행복조례안은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전국 최초의 행복조례로, 주민들이 행복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주민 행복의 개념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배안용 종로 행복드림 이끄미 단장은 “개인대 개인간의 충돌, 개인대 사회간의 충돌이 일어나다 보면 어느 누군가는 행복할 수 없다”면서 “내가 이웃과 함께 살아가면서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나서서 조례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복의 사전적 정의는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개념이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역시 개인적인 차이가 커 조례를 만드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0일 종로구민 300여명이 모인 주민 대토론회에서 쏟아진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과 전문가들의 조언은 조례안 마련에 큰 힘이 됐다.

다양한 과정을 거쳐 이끄미들이 마련한 ‘서울특별시 종로구 주민 행복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는 “종로구 주민의 권리인 행복한 삶을 보장ㆍ증진하고 주민이 주도하는 행복한 지역 사회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른 기본 원칙으로는 ▦전통문화재 보존을 통한 지속가능 발전 도시 지향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으로 품격 있는 도시 조성 ▦품위 있는 삶으로 지역 주민으로서의 자부심 획득 ▦미래 세대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 ▦세대간의 갈등 해소 ▦개인의 행복 결정 요인의 다양성 존중 ▦마을마다 특성 고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행복한 종로구를 만들기 위해 구청장이 행정적 지원과 관련 교육제도를 마련 해야 한다는 의무 사항도 명시하고 있다. 주민도 행복 증진을 위해서 구와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 사항도 포함됐다. 또 주민들의 행복증진이 얼마나 실현됐는지 3년마다 행복지표를 측정해야 하고 행복증진 사업도 벌여야 한다.

이끄미들은 이날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을 다듬어 종로행복조례안을 최종 확정한 후, 3,500여명의 주민 동의를 얻어 종로구에 주민 조례 제정을 청구할 계획이다. 종로행복조례안이 구의회를 통과하게 되면 종로구 정책의 근간이 된다. 종로구가 주민 행복 그 자체를 정책으로 실현하려는 시도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중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는 올해부터 주민들의 실질적인 행복 증진에 맞춰 구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행복드림 1.0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행복하기 위해선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주민 행복을 주민이 직접 정의하고 종로구의 정책이 주민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명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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