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하늘의 도움’을 받아 ‘가을 야구’를 한다. 자력으로 5위 확정이 힘든 상황에서 경쟁 팀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 3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됐다. 시즌 막판 무서운 뒷심과 함께 운까지 따르는 등 팀 분위기는 최고조에 올라 있다. 그러나 1패를 안고 시작하는 데다가 ‘홈런 공장’인 목동구장에서 2경기 모두 치러야 한다는 불리한 조건이 걸린다.
희망 셋
①마운드 왕국
SK의 강점은 마운드다. 자칫 한 경기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선발, 불펜을 가릴 것 없이 첫 판부터 세게 붙을 계획이다. 김광현, 메릴 켈리, 크리스 세든, 박종훈 등 선발 4명을 ‘1+1’로 활용하거나 전유수, 박정배, 박희수, 윤길현, 정우람을 일찌감치 투입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SK 투수진은 시즌 내내 철저한 관리를 받아 힘도 넘친다. 연투 또는 많은 공을 던지면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줬다. 김용희 SK 감독은 “욕을 배부르게 먹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우리 팀 투수들의 구위는 정말 좋았다”며 “10개 팀 중 우리가 가장 힘이 있다고 자부한다”고 자신했다.
②가을 DNA
SK는 전통의 가을 강호다. 선수단 내부는 물론 전문가들도 SK에는 ‘가을 DNA’가 있다고 인정한다. 올해 역시 9월15일까지 8위에 처졌으나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자 16경기에서 10승6패로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내며 5위를 꿰찼다. 또 지난 2년간 가을 야구를 못했던 아픔이 있지만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주역들이 대부분 팀에 남아 있다.
③4번 정의윤
SK의 고민 중 하나는 4번 타자였다. 잘 치던 타자들이 4번 자리에만 가면 움츠려 들었다. 이런 고민을 이적생 정의윤이 확실히 덜어냈다. 7월24일 LG에서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은 ‘만년 기대주’ 정의윤은 이적 후 14개의 홈런과 타점 51개를 쓸어 담았다. 9월 성적은 타율 0.422, 9홈런 23타점으로 데뷔 첫 KBO(한국야구위원회) 월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LG 입단 동기 박병호(넥센)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정의윤은 김용희 감독이 꼽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 플레이어다.
불안 셋
① 먼저 떠안은 1패
SK는 1패를 안고 시작한다. 두 판을 다 이겨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1무승부만 해도 탈락이다. 벼랑 끝에서 최후의 일전을 치러야 하는 압박감은 겉으로 내색을 안 해도 상당하다. 5위 경쟁을 했던 KIA가 지난 4일 두산전에서 힘 한 번 못쓰고 탈락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SK는 더구나 선제점을 내주면 경기를 힘들게 풀어갈 수밖에 없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선제 실점시 20승2무52패(9위)로 가뜩이나 약했는데 긴장감이 가득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경기를 뒤집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SK로서는 선제 득점이 답이다.
②홈런 공장
목동구장은 투수들의 무덤이다. 구장이 작고 외야에 관중석이 없어 바람이 외야 방향으로 분다는 분석이다. 넥센 타자들은 안방 특성에 맞게 장타 생산에 특화됐다. 홈런왕 박병호를 비롯해 9명의 타자가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넥센 팀 홈런은 203개에 달하고 절반 이상인 117개를 목동구장에서 가동했다. SK 투수들도 목동에 악몽이 있다. 정규시즌에서 넥센한테 허용한 25개의 홈런 가운데 18개를 목동에서 맞았다. 그나마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 투수 중 유일하게 홈런을 하나도 맞지 않았다는 것이 위안이다. 김광현은 올해 넥센전에 한 차례 나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차전 선발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③최정의 실전 감각
SK 간판 타자는 누가 뭐래도 최정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역대 야수 최고액인 86억원을 안긴 것도 구단의 기대치를 잘 설명해준다. 그런데 올 시즌 최정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툭 하면 부상으로 1군에서 빠지기 일쑤였다. 시즌 막판에는 봉와직염으로 말소돼 정작 중요한 5강 싸움을 할 때 전혀 힘을 보태지 못했다. 최근 훈련을 시작한 최정은 경기를 뛸 수 있는 몸 상태는 됐지만 떨어진 실전 감각이 걱정이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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