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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연애 안 하는 '서른', 비정상인가요?

입력
2015.09.2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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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른 살 직장인입니다. 주변을 보면 다들 연애 때문에 고민이 많던데, 저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도무지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요. 사실 대학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여자에 대한 관심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툰 말주변 탓인지 연애의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고, 그 때문에 이렇다 할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채로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2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야근이 잦고, 시간이 날라치면 주말엔 자기 바쁘니까 더 연애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제 스스로 연애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낀다는 거 같습니다. 아마 이렇게 시간이 가다 보면 전 나중에 결혼도 힘들겠죠? 짝을 찾긴 찾아야 할 텐데, 서른이 되어도 연애하고 싶지 않은 나, 비정상인가요?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도통 들지 않는 서른 살 직장인, 주변의 걱정처럼 이렇게 시간이 가다 보면 결혼도 힘들까요? 게티이미지뱅크

A 아뇨, 비정상이라뇨. 아무리 정상과 비정상을 가늠하는 말들이 세상에 관용어구처럼 쉽게 돌아다닌다고 해도, 저는 당신이 감히 비정상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을 겁니다. 또 아무리 세상이 연애를 권한다고 해도, 저는 당신이 꼭 연애를 해야만 한다고 말하지도 않을 거예요. 어떤 사람은 연애를 통해 행복을 경험하는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꼭 연애를 통해 행복을 경험하게 될 거란 확신도 할 수 없으니까요.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우리는 우리가 행복하다고 믿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방식대로 살아갈 자유가 있는 것이니까요.

네, 그래요.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연애를 하지 않는 상태 그 자체에 대해 '나는 왜 이럴까?'라고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편안하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평생 아무하고도 연애감정을 섞지 않아도, 결혼을 하지 않아도 다만 자신이 행복하다면 그 삶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물론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돌을 던지고 싶어하기도 합니다만, 행복이라는 게 누가 돌을 던진다고 깨지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당신은 언젠가는 짝을 찾아 결혼하는 삶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죠. '언제든 연애하고 싶어지면 그 때 하면 되지, 지금 난 혼자가 좋아'쪽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마도 당신의 불안은 이 지점에서 시작되었을 겁니다. 지금 연애를 하고 있지 않아 나름대로 편한 상태가, 언젠가 당신이 치러야 할 불편한 대가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걱정과 불안 말이죠.

그런데 그건 지금 당신이 혼자 있는 이 상태가 사실은 기꺼이 원해서 유지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증거일 수도 있을 겁니다. 당신은 연애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낀다고 하긴 했지만, 사실 야근이나 피로감 때문에 연애 자체를 포기하게 된 것이 지금 상황의 더 큰 원인으로 보여지거든요.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지금은 포기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으니 당연히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 수밖에 없죠. 지금도 포기했는데, 나중에도 뭔가 또 포기해야 하는 게 유쾌한 일일 리가 없죠.

가장 큰 문제는 지금 당신은 '귀찮다, 피곤하다, 그런데 불안하다'라는 감정의 부정적인 연결고리 안에서 쳇바퀴를 돌고 있다는 겁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어떻게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겠어요? 하지만 너무 괴로워 마세요. 어쩌면 이런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 오히려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삶의 모습을 더 치열하고 또렷하게 고민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연애세포가 죽었어요'라며 걱정하고 있는 당신에게 가장 필요 한 건 열린 마음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집중해야 할 것은 오직 한 가지 주제, '나는 행복한가?'입니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남들이 떠드는 행복이 아니라, 정말 내가 원하는 행복의 전제조건을 찾아나가는 일은 어쩌면 당신의 그런 불안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거니까요. 피곤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며 애초에 사람을 안 만나려 하는 일도, 다들 결혼하니까 나도 당연히 결혼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일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행복의 조건을 찾아나가는 일과는 거리가 멀죠. 사람을 만나는 일은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일이고, 그 속에서 모든 게 원하는대로 되지만은 않겠지만, 적어도 누굴 만나든 그리 되지 못하든 적어도 나는 내가 행복을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은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자신의 행복의 핵심에 다가서지 못한다면, 남들이 아무리 나를 좋게 평해도 그건 의미가 없는 일 아니겠어요.

그러므로 당신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바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귀찮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굳이 걷어차지도 말고, 남들이 다 그렇게 산다는 이유로 결혼에 대한 강박을 갖고 살지도 않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금 당신은 '연애는 하지 않겠다!'며 그 가능성을 닫아놓았으면서 '결혼은 언젠가 꼭 해야 한다!'고 결론을 정해두었죠. 아직 제대로 과정을 경험하지도 못했는데 미리 결론을 정해놓는 것만큼 재미없고 무신경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당분간 지금하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겠지만, 적어도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당신의 불안은 상당히 줄어들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당신의 마음이 편안해져야, 당신을 발견한 어떤 사람도 마음 편히 당신 곁에 머물 수 있을 거고요. 부디,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길 바랍니다. 남들처럼 살려고만 애쓰기엔, 삶이 정말이지 너무 짧아요.

연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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