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적발
48만여대 리콜… 사법처리 가능성
한국 환경부도 곧 정밀검사
글로벌 車 업계 "불똥 튈라" 진땀
유럽 판매 많은 현대차도 긴장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속임수를 쓴 혐의로 미국에서 적발된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 그룹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각국이 같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세계 각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불똥이 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 2의 토요타 리콜 사태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외신 및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독일 교통부장관은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폭스바겐 디젤 차량 전체를 조사하도록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법무부도 폭스바겐을 범죄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보도해 수사 결과에 따라 폭스바겐 경영진이 사법처리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 환경부도 미국에서 리콜 명령을 받은 폭스바겐 차들 중 국내에서 유로6 환경인증을 받은 골프 제타 비틀, 같은 그룹인 아우디의 A3를 대상으로 곧 정밀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인증 기준 점검과 함께 주행 중 배출가스 양을 측정할 계획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친환경 엔진을 홍보한 폭스바겐의 불법행위가 입증되면 집단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정부는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을 의식해 소극적 조사를 하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폭스바겐 그룹이 미국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EPA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인증 검사를 받을 때만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 작동하고 실제 주행 시 꺼지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
미국에서 리콜 대상 폭스바겐 차는 48만2,000대에 이른다. 폭스바겐 측은 혐의를 인정하고 미국에서 2.0 TDI 엔진이 적용된 골프 제타 비틀 파사트 A3 판매를 중단했다.
국내의 경우 폭스바겐 측에서는 미국과 판매 차량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폭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수출 차량 엔진은 미국 인증기준을 따랐고 국내 수입 차량은 유럽 기준에 맞춰서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별 차이 없을 것이란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유럽과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번 사태가 폭스바겐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배출가스 저감 기술력이 완성차 업체별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증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업체들이 무리수를 둔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고성능 디젤 엔진으로 수입차 시장을 장악한 독일차 업체들은 본사와 긴밀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유럽에서 디젤차 판매량이 높은 현대ㆍ기아자동차도 덩달아 긴장했다. 현대기아차의 남양연구소 디젤 엔진 연구원들은 경영진에게 제출할 각종 보고서를 만드느라 진땀을 빼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소비자 불신으로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며 “몇 년 전 토요타 리콜 사태가 떠오른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