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자주 꺼져 차량 교환 요구… 대리점서 확답 없자 홧김에 박살
13일 광주 서구의 한 수입차 대리점 앞에 2억원을 호가하는 벤츠 S63 AMG모델이 유리창은 깨지고 차체는 벌집이 된 채 놓여 있었다. 이 차량 주인 A(33ㆍ자영업)씨가 시위를 하기 위해 갖다 놓은 것이었다.
A씨가 지난 3월 이 대리점에서 2억900만원에 리스한 차량을 골프채로 박살내 놓은 사연은 이렇다. 해당 차량을 리스해 소음기와 가변밸브를 개조해 타고 다니던 A씨는 어느 날 20㎞로 서행하던 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져 낭패를 겪었다. 단순 결함이라 생각한 A씨는 20일 동안 수리를 받았지만 시동 꺼짐 현상은 고쳐지지 않았고 다시 40일간 수리를 맡겨야 했다.
그러다 지난 9일 부산에서 광주로 오던 중 시속 40㎞로 달리던 차량이 언덕길에서 시동이 꺼지면서 조향 및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아 큰 사고가 날 뻔 했다. 차량 안에는 임신한 아내와 아들(5살)이 타고 있었는데 당시 충격으로 아내는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광주로 돌아온 A씨는 11일 판매점을 찾아 2시간 동안 항의와 차량교환을 요구했으나 업체측은 교환여부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았다.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차량의 모든 유리창과 헤드라이트, 차체 등을 박살냈다. 차체는 벌집처럼 구멍이 난 상태다.
A씨는 현재 대리점 앞에서 부서진 차량과 함께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A씨가 차량을 부수는 장면이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자 서울 대구 등 전국에서 같은 차종을 가진 운전자 5명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면서 연대 투쟁의사를 밝혀왔다. 이날도 추가로 운전자 1명이 이 대리점을 항의방문 했다.
A씨는 “차량교환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대리점에는 직원들 3~4명이 출근했으나 “대표가 해외 출장 중이고 지점장도 자리에 있지 않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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