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인슈타인·위고·쇼팽도 난민이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위고·쇼팽도 난민이었다

입력
2015.09.12 08:30
0 0

유럽의 유대인들, 나치 피해 각국으로 망명

망명의 경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리크 쇼팽, 낭만파 문호 빅토르 위고, 최초의 여성 미국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활동한 분야도, 시대도 서로 다른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굵직한 자취를 남긴 인물이라는 것 외에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이들 모두 민족적 탄압이나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 태어난 고국을 등져야 했던 '난민'이라는 사실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13일 현재 홈페이지에서 이들을 비롯해 전세계 각 분야에 걸쳐 '저명한 난민' 136명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UNHCR는 "이들은 자신의 업적으로 특별한 위상을 차지했거나 새 삶을 개척하는 고난을 이겨낸 인물들"이라며 "전세계 난민들이 지닌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유례없는 난민 위기로 세계가 몸살을 앓으면서, 조국을 떠나 낯선 땅에 정착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위대한 성취를 거둔 이들의 이야기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 나치 탄압 피해 유대인 각국으로 흩어져

독일은 최근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온 난민을 가장 통 크게 받아들이기로 한 나라지만 과거에는 가장 많은 난민을 밖으로 내몬 국가 중 하나였다.

독일 태생의 유대인인 아인슈타인(1879∼1955)은 유럽의 뿌리깊은 반유대주의 속에서도 독일과 스위스 등을 오가며 활동하다가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하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망명 당시 이미 그는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노벨물리학상도 받은 이후였으나 나치의 탄압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전체주의의 기원'을 쓴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도 독일에서 태어나 히틀러 집권 후 한때 게슈타포에 체포되기도 했다가 가까스로 탈출해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정착했다.

독일 밖에서 태어난 유대인 중에서도 나치의 손아귀를 피해 망명을 택한 사람이 많았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한 마리아 아구스타와 폰 트랍 가족은 전쟁 중 유대인 대학살을 피해 오스트리아를 떠나 미국으로 갔으며, 유대계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2009)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조국 파리를 떠나야 했다.

헝가리 태생의 세계적인 전쟁 보도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1913∼1954)도 저널리즘을 공부하러 독일에 갔다가 나치 집권 후 프랑스로 망명했다.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올브라이트 전 장관(78)의 경우 2차 대전 중 나치 침공 때와 공산정권 집권 후 두 차례에 걸쳐 망명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부모가 자신들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가톨릭 신자로 키운 탓에 1996년 말 국무장관 지명 후 언론에 의해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 이산과 망명의 경험, 작품으로 승화한 작가들

빅토르 위고(1802∼1885)는 '노트르담 드 파리' 등으로 명성을 쌓은 이후인 1851년 나폴레옹의 쿠데타에 반대하다 국외로 추방돼 19년간 영국 섬 등을 전전하며 망명생활을 해야 했다.

"외국 땅을 밟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럽지만 내 마음에는 평화가 있다"고 말한 그는 '레미제라블'을 비롯한 여러 걸작들을 망명 시기 집필했다.

위고를 포함해 난민 출신 위인 가운데에는 작가들이 유난히 많다.

이들은 익숙한 땅을 떠나 낯선 땅에서 정착해야 하는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체코 출신의 밀란 쿤데라(86)는 체코 공산당에서 두 차례 추방된 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찾아 프랑스로 망명했다.

'영혼의 집'을 쓴 칠레의 여성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73)는 삼촌인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가 이끄는 쿠데타 세력에 의해 살해된 후 군부의 살해 위협을 피해 베네수엘라를 거쳐 미국으로 떠났다.

UNHCR는 한국에서 태어난 후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작품활동을 한 차학경(1951∼1982)도 136명의 저명한 난민 중 1명으로 포함시켰다.

소설 '딕테'를 남긴 차학경은 엄밀히는 난민이라기보다 이민자에 가깝지만, 그의 부모가 일제시대 만주로 망명했던 경험과 식민지 조국에서 느낀 '문화적 망명'이 그에게 전해져 작품의 모티브를 이룬다고 UNHCR는 평가했다.

200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 출신의 작가 가오싱젠은 물론, 나이지리아 출신의 치누아 아체베, 알제리 출신의 아시아 제바르, 소말리아 출신의 누루딘 파라 등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내리던 작가들도 모두 난민 출신이다.

이와 함께 폴란드에서 태어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쇼팽(1810∼1849)은 음악을 통해 조국을 알린다는 사명을 갖고 빈으로 떠났다가 바르샤바 혁명 실패 이후 주위의 권유로 돌아오지 않고 프랑스에 정착했다.

독재 정권에 반대했다가 추방된 그리스 여배우 멜리나 메르쿠리(1920∼1994),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오리엔탈리즘'의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도 자신의 뜻에 반해 조국을 떠나야 했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