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김재연 前 의원, 아프리카TV BJ 변신

알림

김재연 前 의원, 아프리카TV BJ 변신

입력
2015.09.08 14:21
0 0
김재연 전 의원은 8알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대본도 없이 혼자 생방송 하려니 반주 없이 춤을 추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김재연 전 의원은 8알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대본도 없이 혼자 생방송 하려니 반주 없이 춤을 추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대본도 없이 혼자 생방송 하려니 반주 없이 춤 추는 느낌이었어요.”

김재연(35)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에서 세 번째 시험방송을 마친 다음 날인 8일 한국일보와 만나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본 적이 있지만 혼자 방송 진행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의원직을 잃은 김 전 의원이 BJ(방송 진행자)로 변신해 첫 방송을 탄 건 지난달 25일이다. 그는 ‘서른쯤에’라는 제목을 내걸고 ‘30대가 되면서 달라진 것’에 대해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시험방송은 마쳤고 14일부터 매주 월요일 밤 9시 정규 방송을 시작한다.

그는 “청년 비례대표라는 타이틀로 국회의원이 됐는데 청년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는 부채감 때문에 방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정치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를 청년층이라고 생각했고 청년층이 갖고 있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 좌절감을 해소해야 할 임무라고 여겼다”는 그는 방송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의 고민이나 관심사를 주로 다룰 계획이다.

방송의 꿈은 일찌감치부터 있어 인터넷 라디오 팟캐스트를 한 적도 있다.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대화창으로 유명한 아프리카TV를 선택한 건 “절박한 심정”에서라고 한다. “변방이야말로 창조와 변화의 공간이라는 말이 있듯 정치적 유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니 아프리카TV에도 눈길이 가더군요. 의원 배지 달고 있었으면 악의적인 글이 쏟아지는 대화창을 보면서 포기했겠죠. 이젠 더 이상 욕 먹을 것도 없으니까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김 전 의원은 시험 방송 때 대중의 관심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종북세력이라는 비아냥, 특정 지역 비하, 성적 비속어 등이 쏟아지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 방송을 계기로 정치인이 그냥 만만한 사람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어 모든 사람과 직접 소통하려 하고 있다. 첫 방송 후 1,000명 넘게 연락이 왔는데 그들 모두에게 일일이 답변을 보냈다. 7시간 넘게 걸렸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무작정 욕 해대던 이들의 태도가 일부 바뀌었다고 한다. “스스로 ‘일베충’(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을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밝힌 분들이나 장난으로 말을 건 분들에게도 일일이 성의 있게 답했더니 ‘소통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 ‘김재연이라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다’는 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서 그는 정치인과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보내온 메시지 중 “본인이 맞냐”는 질문이 유난히 많았다며 “대중은 정치인들이 SNS를 진정성 있게 활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소통에 목 말라 있구나, 참 외롭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의원직을 잃은 뒤로 김 전 의원은 돈벌이 되는 일을 갖지 못했다. 생활도 대출로 지탱한다. 그렇다고 놀고 있는 건 아니다. 국회의원 때보다 더 바쁘다. 살고 있는 경기 의정부시에서 ‘민주민생 의정부 희망연대’를 만들어 지역 현안들을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여러 고민을 내려 놓고 하고 싶은 걸 하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종북’이라는 낙인 때문에 앞으로 정치활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어떤 정당이나 단체에 들어가도 탄압 받을 위험이 있겠지만 그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도 고립되거나 주저 앉지 않는 방법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아프리카TV에서 BJ로 나서 방송 중인 김재연 전 의원. 방송 화면 캡처
아프리카TV에서 BJ로 나서 방송 중인 김재연 전 의원. 방송 화면 캡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