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의 시끄러운 의견으로 여러분 내부의 소리가 묻히지 않게 하십시오.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 있게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진짜 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 것들은 모두 부차적입니다.”
혁신의 아이콘인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립자는 2005년 6월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대학 자퇴 등을 인생 최고의 결정으로 소개했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직관을 따랐던 결정이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전문가들은 선택의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 주관과 직관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개인주의 성향이 급속도로 강해진 요즘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선택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모가 많은 부분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양육 방식에서 벗어나 아동 스스로 발달 단계별로 선택 기회를 점차 늘려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요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선택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며 “작은 선택마다 기록해 나를 이해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직관과 위험 판단력’을 연구해 온 세계적 석학인 게르트 기거렌처 독일 막스 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 소장은 “데이터는 확실성의 허상을 제공할 뿐 직관이야말로 불확실한 세계에서 유용한 도구”라며 직관적 사고의 유용성을 주장한다.
후회나 아쉬움이 남지 않는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결정을 잘 못하고 유독 선택 피로를 강하게 느끼는 이들의 공통점은 완벽한 결정을 하려 든다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을 즐기고 그 선택이 최고의 결과로 이어지도록 노력을 기울일 때 그것이 바로 좋은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한편 기업 가운데는 선택피로 증후군을 이용해 역마케팅을 하는 곳도 없지 않다.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는 카피를 앞세운 삼성카드 TV 광고가 대표적이다. 현대, 삼성카드 등은 카드 종류를 줄이는 단순화 작업을 추진해 왔다. 하영원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의 정보 처리 능력을 넘어서는 과잉 선택 시대에 선택지를 창의적으로 단순화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기업이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실험에서도 어느 정도 증명된다. 쉬나 아이엔가 미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교수의 선택지 실험(2000)에 따르면 슈퍼마켓 진열대 한 쪽에는 잼 6종류를, 다른 편에는 24종류를 놓고 사람들이 어느 쪽에서 더 많이 구입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10명 중 4명은 6종류 진열대를, 6명은 24종류 진열대를 찾았지만 6종류 진열대를 찾은 이들의 30%가 잼을 구입한 반면 24종류 진열대를 방문한 사람들 중에서는 단 3%만 잼을 구입했다. 실제로 2011년부터 온라인 쇼핑 사이트 옥션에서 속옷을 판매하는 이송현씨는 “지난 봄 판매 범위를 주니어 속옷과 홈웨어로 확 줄인 후 매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며 “이미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매출을 앞질렀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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