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문학상 수상자 김사인 수상 거절
주최사 창비 비상임 편집위원… 문학상 추천 예심 과정에서 관여해 수상 고사
김사인(59) 시인이 출판사 창비가 수여하는 ‘만해문학상’의 수상을 고사했다. 1973년 만해문학상이 제정된 이래 수상자로 선정된 문인이 상을 거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비는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통해 김사인 시인의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창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나 김 시인이 수상을 고사해 제 30회 만해문학상의 수상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김사인 시인은 창작과 비평에 심사 경위와 함께 실린 ‘간곡하게 상을 사양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수상자 심사과정에 제가 작으나마 관여되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예심에 해당하는 시 분야 추천과정에 관여한 사실만으로도 수상후보에서 배제됨이 마땅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 비록 비상임이라 하나 계간 ‘창작과비평’의 편집위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고, 특히 시집 간행 업무에 참여하고 있어 상 주관사와의 업무관련성이 낮다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고 수상 거절 이유를 밝혔다.
창비 관계자는 “김사인 시인이 수상자 발표 며칠 후 고사 의사를 밝혀왔다. 김 시인의 의견을 존중해 올해 만해문학상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만해문학상은 만해 한용운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73년 창비가 제정한 상이다. 1974년 신경림 시인의 ‘농무’를 1회 수상작으로 선정했지만 이후 계간 ‘창작과비평’이 폐간되면서 중지됐다가 1988년 복간하면서 ‘만해문학상’ 시상도 재개됐다. 1998년에는 수상작을 내지 못했으며 신경숙 소설가는 1996년 ‘외딴 방’으로 이 상을 수상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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