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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 1명이 학생 318명을… 겉핥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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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 1명이 학생 318명을… 겉핥기 평가

입력
2015.09.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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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형서 평균 69명씩 심사

제도 도입 8년… 인력 부족 심각

학생 잠재력ㆍ소질 파악 어려워

시간 달려 계량화된 성적 위주로

사실상 내신 평가로 돌아간 듯

“이렇게 쓰면 뭐하나요. 어차피 제대로 읽지도 않을 거…”

수도권의 한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생 이모(18)양은 수능 준비에도 빠듯한 시간을 쪼개 한 달 넘게 자기소개서에 매달리고 있다. 수시모집의 입학사정관에 제출할 서류 때문. 고등학교 3년을 압축해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아 교사와 학원 강사에게 특강까지 받고 있다. 이양은 “이렇게 준비한 자기소개서에 대한 평가가 10~20분 안에 끝난다는 걸 학생들도 알고 있다”며 “허탈하지만 공들이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라고 푸념했다.

입학사정관 제도가 도입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입학사정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수박 겉핥기 식’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일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아 분석한‘입학사정관 지원대학 입학사정관 현황’에 따르면 2015학년도 대입에서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 60개 대학의 입학사정관 1인당 평균 심사 인원은 6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입학사정관 1인당 심사 인원이 100명 이상인 대학도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총 10곳에 달했다. 성균관대가 1인당 평균 심사 인원 31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앙대(251명), 경인교대(235명), 경희대(159명) 순이었다. 서울대의 입학사정관 1인당 심사 인원은 137명, 고려대도 110명으로, 평균 100명을 넘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잠재력과 소질, 가능성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지방 한 국립대에서 6년째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해 왔다는 A씨는 “기한 안에 서류심사를 끝마치기 위해 하루 10시간 가까이 20명 이상의 자소서, 추천서, 내신 성적 등을 평가했다”며 “한 달 남짓한 평가 기간 동안 많을 땐 혼자 500명 이상의 서류를 평가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A씨는 “모든 서류를 심사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학생의 잠재력을 심층 평가하겠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엔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력 부족으로 입학사정관들이 점점 계량화된 성적에 비중을 두고 평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평가이사는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하는 지방 대학은 1인당 심사인원이 500명을 웃돌아 학생의 자소서 등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기엔 크게 부족하다”며 “자소서, 추천서 등에 교외활동과 수상 경력을 기록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내신 성적을 중점 평가하는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경숙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단순히 입학사정관 1인당 학생 비율이 높다고 해서 전형 시간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며 “수시 전형 총 기간이 2개월 가까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기에 물리적으로 부족한 시간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은혜 의원은 “2015학년도 입학사정관 지원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을 통해 선발된 학생 규모는 입학정원 대비 25.6%(3만 9,558명)에 이른다”며 “1인당 심사인원 과다, 비정규직 중심의 채용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확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입학사정관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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