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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저염식, 고혈압 유발"… 소금 유해성 통념 뒤집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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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저염식, 고혈압 유발"… 소금 유해성 통념 뒤집히나

입력
2015.08.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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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먹어도 심혈관 질환 유발" 기존 학설 반박 연구논문 봇물

"소금 섭취량 측정방식 제각각" 전문가들, 연구 신뢰성에 의문 제기

소금은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소금 속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혈압 환자에게 소금 섭취량을 하루에 5g(나트륨 2,000㎎)을 넘기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나트륨과 고혈압은 큰 관련이 없고 오히려 너무 적게 먹으면 건강을 위협한다는 연구논문이 잇따라 나왔다. 게다가 미국 국립의학연구소는 ‘염분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내용의 보고서까지 내놔 고혈압 환자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소금은 정말 해로울까?

소금 과다 섭취, 심혈관 질환 일으켜

소금은 세포막 사이의 전위차(막전위)를 유지해 물질수송에 관여하고 체액의 삼투압 기능을 조절한다. 삼투압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세포가 제대로 된 형태를 유지할 수 있고 불필요한 물질은 배출하는 생리 기능을 발휘한다. 소금은 또 체내에서 중탄산염이 돼 혈액을 약알칼리성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인산과 결합해 산ㆍ알칼리 평형을 조절하며 근육의 수축작용과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에 관여한다. 이밖에 심장기능의 작동, 영양소 흡수, 위액의 구성 성분인 염산 생성 등의 역할도 한다.

하지만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혈관 손상과 염증을 일으킨다. 따라서 고혈압이나 심혈관계 및 신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소금과 심혈관계 질환 발생과의 연관성을 입증한 대표적인 논문이 1988년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INTERSALT 연구다. 이 연구는 소금 섭취가 많은 나라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것을 입증했다.

2007년 같은 저널에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 부인병원이 3,126명의 환자들에게 소금 섭취를 하루 7g 이하로 제한한 뒤 10~15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25% 정도 낮아지고,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20%가량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짠 음식을 선호하는 우리나라는 고혈압으로 인한 병원 입원 비율이 인구 10만 명당 19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위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2년) 결과,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646㎎이며, 특히 30~50대 남성 평균은 6,327㎎이었다.

이무용 동국대 일산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체내 나트륨이 많아지면 혈압이 올라가는 것은 입증됐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어떠한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대조 연구(RCT)를 통해 소금과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증가 관련성을 직접 증명한 연구는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일상생활에서 소금 섭취량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염식 심하면 심혈관 질환 걸린다?

반전이 일어났다. 소금을 많이 섭취해도 문제이지만 적게 먹어도 심혈관 질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논문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틴 오도넬 캐나다 맥매스터의대 교수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고혈압 치료제인 미카르디스(성분명 텔미사르탄)의 기념비적 연구로 평가 받는 ONTARGET 임상과 TRANSCEND 임상에 참여한 고혈압 환자를 조사한 결과, 소금을 적게 먹는 환자군에서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오도넬 교수는 2011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금을 하루 7~8g 먹는 환자군은 4.0~5.99g 먹는 군과 비교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53%나 늘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소금을 하루 2.0~2.99g 먹는 환자군은 4.0~5.99g 먹는 환자군보다 심혈관 사망률이 19% 늘었고, 섭취량을 2.0g 이하로 줄이면 사망률이 37%까지 늘었다”고 했다.

잔 스태센 벨기에 루벵대 박사팀도 같은 해 JAMA에 8년 동안 심장질환 병력이 없던 3,700명의 소변을 조사한 결과, 소금 섭취량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 코넬대 의대와 아인슈타인의대의 공동 연구에서도 소금을 많이 섭취한 고혈압 환자군보다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서 심장마비가 일어날 위험이 4배나 높게 나타났다.

프랑스 파리 5대학ㆍ13대학 의학ㆍ영양역학센터 공동 연구진은 지난해 9월 ‘미국고혈압저널(American Journal of Hypertension)’에 프랑스 성인 남녀 8,670명의 혈압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소금 속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 유발과 큰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처럼 논쟁적인 연구결과에 대해 대다수 전문의들은 연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소금 섭취량 측정방식이다. 소금 섭취량을 설문이나 24시간 동안, 혹은 특정 시간대에 소변을 받아 계산하는데 연구마다 서로 달라 오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는 소금 섭취량 측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무용 교수는 “소금 섭취량 측정 방식이 여러 가지인데, 이들 연구는 서로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며 “이처럼 측정방식이 통일되지 않으면 연구에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들 연구자가 소금이 혈압을 올린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자가당착적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이들 연구의 책임저자들이 식품회사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어 연구 신뢰성마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이 교수는 “소금 섭취량을 하루 5g(나트륨 2,000㎎)을 넘지 않도록 권장한 WHO 권고안을 뒤집을 만한 연구결과는 아직까지 없다”며 “심혈관 건강을 위해 되도록 짜게 먹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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