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 여름 가기 전, 꼭 가봐야 할 '명품' 숲
알림

이 여름 가기 전, 꼭 가봐야 할 '명품' 숲

입력
2015.08.18 20:16
0 0

▲ 축령산휴양림. 사진=김성환기자

볕이 강할 때면 짙은 숲 그늘이 그리워진다. 이 여름 가기 전에, 한번은 가봐야 할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이 참 많다. 인파로 시끌시끌한 여름 바다처럼 부산하지 않으면서도, 선선함에 여운이 참 오래 남는 곳들이다. '어머니' 품에 안긴 것처럼 마음까지 편안해지니 이것 또한 숲이 주는 선물이다. 여름 끝자락, 더위 잊고 마음까지 살피기에 숲이 바다보다 낫다.

● 전남 장성 축령산휴양림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산에 한 사내가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사재를 털어 묘목을 생산하고, 가물 때 손수 물지게 지고 날라 나무들 보살폈다. 이 정성에 동네 주민들까지 힘을 보탰다. 헐벗은 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을 가진 산으로 변신했다. 이 사내가 독림가(전문임업인) 임종국(1915~1987) 선생이다. 1956년부터 20여년을 지극 정성으로 나무를 보살폈다. 그가 숲을 가꾸며 머물던 움막 터와 우물이 숲 한가운데 남아 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산이 장성 축령산이다.

우리나라에 편백나무로 유명한 곳들이 제법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장성 축령산(경기도 가평의 축령산과 다름)이다. 축령산은 '편백나무의 산'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이 산에 편백나무가 가장 많다고 알려졌다. 40~50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 상록수림이 1,148ha 규모로 조림되어 있다. 이 가운데 779ha가 휴양림으로 관리되고 있다. 서삼면 모암리, 대덕리 등 축령산 일대에 이렇게 편백나무, 삼나무, 낙엽송이 가득 찼다. 숲은 현재 국유림으로 관리되고 있다.

산책로가 참 잘 나있다. 추암ㆍ대덕ㆍ모암ㆍ금곡마을 등 인접한 마을 어디서든 산으로 들 수 있다. 사람들은 모암마을 주차장에서 우물터까지(편도 1.4km) 다녀오는 코스를 많이 걷는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식물이 만드는 살균성을 가진 모든 물질)를 가장 많이 뿜어내는 나무로 알려졌다. 나무들이 자기 방어를 위해 내 뿜는 이 물질이 심폐기능을 좋게 하고 피부질환,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도 있다고 알려졌다.

편백나무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하늘로 쭉쭉 뻗은 자태에 기분도 덩달아 상쾌해진다.

▲ 함양 상림. 사진=김성환기자

● 경남 함양 상림

상림은 경남 함양 대덕리에 있다. 숲이 어찌나 울창한지 한낮에도 볕이 들지 못해 숲 그늘이 짙다. 단풍 든 가을, 눈 내린 겨울도 멋지지만 녹음 짙은 여름에도 운치가 있다.

상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숲으로 알려졌다. '윗숲'이라는 의미다. 시작은 1,100여년 전이다. 함양읍 서쪽으로 위천(渭川)이 흐른다. 이 물길은 범람이 잦았다. 당시 이곳 태수로 있던 신라 최고 문장가 해운 최치원은 위천에 둑을 쌓았다. 둑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도 심었다. 나무들이 자라 울창한 숲이 됐다. 규모가 약 20만m²(약 6만평)다. 약 120종, 2만여 그루의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참나무ㆍ느티나무ㆍ개서어나무가 특히 많다.

산책하기가 그만이다. 길이 경사 없이 판판하고 주변에 이것저것 볼거리도 많다. 2km 남짓한 산책로도 잘 가꿔져 있다. 숲에서는 동네 주민들이 저녁 식사 후 밤바람을 맞으며 걷고,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차분히 하루를 돌아본다. 숲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함양 사람들에게 상림은 어머니 품처럼 늘 그리운 숲이다. 외지에 나가 있으면 친구보다, 부모보다 상림이 더 보고 싶다는 함양 사람들 참 많다.

잘 단장된 길을 따라 걸으면 연못도 나오고 공원도 만난다. 잘 생긴 석불도 나타나고 숲 들머리에 함양 읍성의 남문인 함화루도 있다. 누각 앞 잔디밭은 아이들 뛰어 놀기 딱 좋다. 상림은 천연기념물 154호다. 새소리, 매미소리 들으며 여름 상림 거니는 기분, 참 좋다.

▲ 융건릉 들머리 소나무 숲길. 사진=김성환기자

● 경기도 화성 융ㆍ건릉 숲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서도 멋진 숲이 있다. 경기도 화성 융ㆍ건릉 일대다.

융릉과 건릉을 합쳐 융건릉이다. 융릉은 그 유명한 사도세자와 세자빈 현경왕후가 함께 묻힌 곳이다. 현경왕후는 '한중록'의 저자이자 헤경궁 홍씨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건릉은 정조와 왕비 효의왕후의 합장묘다. 아버지의 그리움이 컸던 정조는 경기도 양주에 있던 사도세자의 묘를 천하제일 명당이었던 지금의 자리로 옮긴다. 그리고 죽어서 아비의 무덤과 지척인 거리에 묻혔다.

조선시대에 왕릉 주변은 관리가 철저했다. 주변의 숲도 능에 속하는 것으로 지정해 엄격하게 보호했다. 아름다운 숲이 지금까지 남은 이유다. 융릉과 건릉을 잇는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다. 길 주변으로 우람한 소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빼곡하다. 두 왕릉을 에둘러 난 산책로도 있다. 총 길이가 7km나 된다. 트레킹 삼아 걷는 사람들 참 많다. 아이 손잡고 소풍 삼아 걸어도 좋을 길이다.

융ㆍ건릉에서 용주사가 지척이니 함께 들른다. 용주사는 정조가 융릉의 원찰(죽은 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절)로 중건한 절이다. 홍살문 지나 경내로 드는 길 양 옆에도 당당하고 늠름한 자태의 소나무들이 도열하고 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