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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솎아내고 숨은 애국자 찾아내야 '역사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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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솎아내고 숨은 애국자 찾아내야 '역사 바로잡기'

입력
2015.08.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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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자 둔갑한 친일파 청산 위해

연구기관·학계 통해 자료 확보

전문 지식 없는 후손들 입증 돕고

자부심 고양 위해 선양 정책도 필요

독립유공자로 지정된 후 친일 행적이 드러나 서훈이 취소됐지만 13일 현재까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여전히 남아 있는 김홍량의 묘.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독립유공자로 지정된 후 친일 행적이 드러나 서훈이 취소됐지만 13일 현재까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여전히 남아 있는 김홍량의 묘.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1945년 8월 15일 우리 국민이 광복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지고 조국을 위해 분연히 일어나 싸운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들 덕분이다. 대한민국은 이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보훈정책을 시작했지만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역사 바로잡기’는 응당 선행돼야 할 과제다. 독립유공자 가운데 친일파와 가짜 독립유공자가 섞여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일보 설문조사 결과 열악한 처우에도 ‘독립유공자 또는 후손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응답률은 78.2%나 됐다. 이들의 자부심을 갉아먹는 것은 ‘진짜’ 속에 숨어 있는 친일파와 ‘가짜’ 독립유공자다.

전문가들은 이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독립운동가와 유공자 선정 자료를 원점에서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관련 연구는 국가보훈처와 독립기념관 부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등 공공기관이 내놓는 결과물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연구소나 독립유공자 후손이 보유한 자료도 방대한 점을 고려해 민관을 아우르는 통합 검증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독립유공자 공훈심사위원을 지낸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보훈처에서 민간 연구기관에 의뢰하기도 했지만 현 박승춘 보훈처장이 취임한 이래 민간과의 협조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이회영(1867~1932) 선생의 손자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민족정기를 회복하고 친일 청산의 기틀을 다지려면 독립운동가 못지 않게 친일파에 대한 데이터 축적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잘못된 서훈을 바로잡기 위해 ‘훈격 재심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훈법은 공적이 추가로 드러났을 때 훈격을 재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훈처는 친일인명사전 발간 등 민간 차원에서 논란이 되는 현안에 한해 마지못해 서훈을 취소하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훈격을 높여달라는 유족 요청이 있으면 별도 계획을 세워 심사절차에 들어갈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요청이 들어와도 재심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실토했다.

친일 행적이 드러나 서훈이 취소됐음에도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보훈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서훈이 취소된 10명 중 3명의 유해가 아직 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남아 있다. 또 2011년 서훈이 취소된 19명 중 14명에게 지급된 보상금은 반환의무면제 결정이 내려졌다. 보훈처 측은 “서훈은 정부가 주도하는 행정 절차여서 유족의 귀책사유가 없으면 반환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훈 지정 책임이 보훈처에 있어 친일파에게 지급된 보상금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논리다. 김기식 의원은 “독립유공자들에게는 엄격한 심사와 환수조치를 하면서 친일파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보훈처는 친일파 유족에게 지급한 보상금을 즉시 국고로 귀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보훈당국이 나서 독립유공자를 발굴ㆍ지정하는 선제적 보훈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독립유공자 대부분이 사망한 상황에서 후손들이 비밀리에 이뤄진 선대(先代)의 항일운동 행적을 입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용창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70,80대 고령에 전문 지식이 없는 후손들에게 자료에 대한 진실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유공자 신청 시 정부가 전문 연구자의 도움을 얻어 검증을 보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산 확보도 관건이다. 예산 문제는 다른 국가유공자와의 형평성으로 인해 조속한 처리가 어렵겠지만 미국,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보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 외국의 보훈정책은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애국심 고취같은 정신적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의 경우 ‘제대군인부’를 장관급 부서로 설치해 제대군인 및 상이군인에 대한 예우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이들을 향한 국민의 믿음과 존경이 공고하기 때문에 관련 예산을 증액해도 별다른 잡음이 생기지 않는다. 일본의 패전 처리 과정을 봐도 국민의 아픔을 감싸는 정신회복 정책을 우선으로 하고 경제적 지원은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차츰 늘려갔다. 전후 복구가 시급한 1949년 지원을 시작해 전몰자부모등 특별급부금 지급법(1967년) 등을 순차적으로 제정하며 지원 대상을 확대했고, 1991년과 1994년엔 각각 구 소련과 중국에서 숨진 자국민을 대상으로 보훈정책의 파이를 키웠다.

박환 수원대 역사학과 교수는 “역사가 바로 서려면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명예를 가질 수 있도록 경제적 보상과 선양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살아 숨쉬고 있는 83명의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이 우리의 역사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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