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희생자 위령식서 반대 메시지
아베는 인사말서 비핵 3원칙 밝혀
일본 나가사키(長崎) 원폭 투하 70주기인 9일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ㆍ사진) 나가사키 시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앞에 두고 “일본 헌법의 평화이념이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정면으로 집단 자위권 법제화 추진에 반대의 메시지를 던졌다.
다우에 시장은 이날 나가사키 시 평화공원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식에서 집단 자위권 법안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이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혜를 결집시켜 신중하고 진지한 법안 심의를 해달라”고 밝혔다. 다우에 시장에 이어 피폭자 대표인 다니구치 스미테루(谷口稜曄)씨도 “전쟁으로 연결되는 안보 법안은 핵무기 폐지의 운동과 생각을 근저로부터 뒤집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라며 아베 정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아베 총리는 인사말에서 지난 6일 히로시마(廣島) 피폭 70주년 위령식 때 언급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던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을 견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어 “핵군축 노력을 주도할 결의를 새롭게 했다”고 말했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야유를 보냈다. 아베 총리는 위령식 후 나가사키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우에 시장의 집단 자위권 법안의 신중한 심의 요구에 대해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생활을 지키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반복해 강조했다.
한편 이날 위령식 행사에는 피폭자와 유족 등 6,700여명이 참석했으며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 김원수 유엔 군축 고위대표 등 75개국 외교사절들이 자리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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