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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0.05% 황제경영이 '롯데의 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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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0.05% 황제경영이 '롯데의 난' 불렀다

입력
2015.08.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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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 무소불위 신격호 총괄회장

이사회 절차 없이 인사 좌지우지

일가 지분 모두 합쳐도 2.41%

순환출자 고리는 무려 418개

독단·폐쇄적 지배구조 고스란히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 싼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후계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30일 오후 서울 명동 롯데그룹 본사 입구에서 직원들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왕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 싼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후계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30일 오후 서울 명동 롯데그룹 본사 입구에서 직원들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왕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0.05%. 신격호 총괄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분이다.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국내 80여개 계열사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전체의 0.05%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신동빈 한국 롯데 회장 등 일가 주식을 전부 끌어모아도 오너가 지분율은 2.41%다.

이 작은 숫자가 롯데가 분쟁의 원인을 품고 있다.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지배구조와 이사회도 필요 없고 말 한마디로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독단식 황제경영이 오늘의 롯데가 분쟁의 진면목이다.

● 총수의 ‘말과 지시서’가 곧 법이다

67년간 롯데그룹을 이끌어온 신격호 총괄회장의 ‘황제 경영’의 폐해가 이번 사태를 통해 민 낯을 드러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주요 임직원 10여명을 불러 모아 손가락으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6명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상법상의 규약이나 이사회 절차는 한마디로 허울뿐이었다.

특히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공개한‘지시서’라는 총수의 서명과 도장이 찍힌 A4용지 한 장은 합법적인 이사회 역할보다 더 막강한 입김을 발휘하는 무소불위의 지침서로 통용됐다. 일반적으로 등기임원이나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절차가 필요한데 이 같은 신 총괄회장의 구두지시나 지시서가 그동안 롯데그룹의 인사를 좌지우지해왔던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총수의 지시서가 곧 법이자 준수해야 할 제1의 경영원칙” 이라며“일본뿐 아니라 한국 롯데에서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가 어떤 경영상의 결정이나 절차보다 우선시 됐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지시서로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회장과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등 3명을 이미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연매출 83조원에 임직원 10만명, 80여개의 계열사를 가진 재계 서열 5위의 글로벌 기업 롯데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전근대적인 경영 방식”이라며 “이번 롯데가 분란의 가장 큰 원인은 황제경영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연합뉴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연합뉴스

●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출자구조

신 총괄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국롯데 그룹 전체의 지분율은 생각보다 매우 낮다. 그러나 이들은 얽히고 설킨 400여개의 순환출자로 계열사를 지배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신 총괄회장은 전체 그룹 주식의 0.05%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일가의 보유주식을 모두 합쳐도 지분율은 2.41%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 계열사 80개 중에서 순환출자 연결고리가 무려 418개에 이른다”며 “2년 전만 해도 무려 10만개였는데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분율 1% 이상의 개인이 가진 순환출자 고리만도 299개여서 일본 롯데까지 합치면 상상할 수 없이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롯데의 지분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만큼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통해 총수 가족의 그룹 지배가 가능했다. 롯데 관계자는 “2006년 롯데쇼핑을 상장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이 관련 보고를 했을 때 신 총괄회장은 내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기업공개를 할 경우 외부 간섭을 받아야 하고 근본적으로 1인 주도의 경영스타일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2013년 기준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 37곳 중 상장된 기업이 한 곳도 없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한 한국 롯데그룹도 80개 계열사 중에 상장사는 9개 뿐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민연금은 롯데케미칼과 롯데푸드 등 2개 기업에 10% 대, 또 다른 2개의 롯데 상장 기업에 5% 대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주주권리를 행사해 롯데의 폐쇄적인 경영구조를 더 이상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롯데 사태가 봉합돼도 단기간에 지배구조를 정리하기 어려울 것으로보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해소를 위해 지분을 교통 정리 하려면 천문학적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또 계열사 간 순환출자가 현행법상 제재 대상도 아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연구소장은 “롯데의 불투명한 지분구조는 롯데가 자율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드러나기 어려울 것”이라며“결국 이번 롯데사태의 근본적인 원인도 결국은 불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trend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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