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7일 오후 경남 창원 귀산동에서는 길고양이가 한 대형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운전자는 차에서 내린 다음 길고양이가 다친 것을 확인했지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다시 운전대에 올랐다고 해요. 한 시민이 이를 목격한 후 고양이 상태를 확인하니 머리 쪽을 심하게 다친 상태였습니다. 우선 급한 대로 근처 동물병원으로 고양이를 옮겼지만 턱뼈가 으스러지고 안구도 돌출된 상황이어서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시민은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 도움을 요청했고 창원에서 캣맘(cat mom·길고양이에게 정기적으로 밥을 주며 관리하는 사람)으로 활동하는 최정인씨의 눈에 띄게 되었죠. 구조된 길고양이의 이름은 귀산동에서 구조되어 귀산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 3마리를 키우면서 캣맘으로 활동한 최씨는 귀산이의 상태가 심각한 것을 고려한 수의사의 조언에 따라 귀산이를 더 큰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검사 결과 얼굴 쪽에 심각한 부상을 입으면서 턱뼈가 부러진 것은 물론 두 눈의 시력도 잃은 상태였습니다. 최씨는 진통제를 맞으며 치료를 받는 귀산이 소식을 고양이 커뮤니티와 SNS에 공유했고, 귀산이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최씨는 귀산이에게 어울리는 새 이름을 공모했고 결과 귀산이는‘세상의 모든 복을 너에게’라는 뜻을 담은 오복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습니다.
최씨는 오복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지만 치료비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복이가 살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다 이미 키우고 있는 고양이, 돌보고 있는 길고양이도 있는 상황에 치료비가 부담이 됐기 때문입니다.
최씨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오복이 소식이 올라온 커뮤니티에 모금 활동을 벌였는데 1주일도 지나지 않아 300여명 이상이 참여해 300만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금액이 모여서 최씨도 놀랐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오복이의 수술비와 치료비에 대한 걱정은 줄었습니다.
현재 오복이는 치아가 부러졌기 때문에 부드러운 음식이나 작은 알갱이의 사료밖에 먹지 못하지만 밥도 먹으려는 의지도 강하고, 같이 살고 있는 다른 고양이들과도 놀고 싶어할 정도로 많이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안약은 계속 넣고 있지만 망막과 시신경이 분리되어 다시 세상을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청각과 후각은 살아 있어서 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고 해요. 지금은 눈 안에 있던 피 덩어리가 없어지며 원래 예쁜 노란색 눈을 갖게 됐고요, 엄청 사나웠던 성격도 이제는 사람의 손길을 느끼고 사람의 품에 안겨있을 수 있게 됐습니다. 오복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독일에서 오복이의 간식을 보내주는 이들이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오복이는 지금 새로운 가정을 찾고 있습니다.
사실 오복이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오복이처럼 길에서 사고를 당하는 동물들은 연간 전국 30만마리. 특히 최근 3년간 서울에서 로드킬을 당한 10마리 중 8마리가 고양이였다고 해요. 하지만 동물보호법에선 동물 구조·보호조치 대상에서 길고양이는 제외됩니다. 예컨대 동네에서 시끄럽게 군다고 길고양이를 구청에 신고해서 동물보호소에 들어가게 되면 결국 안락사를 당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외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로드킬과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응급조치 조차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동물보호기구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의 이형주 동아시아담당 캠페인 매니저는 “길고양이가 로드킬을 당했을 경우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도 법적으로 보호할 길이 없다”며 “동물의 종류나 소유주의 유무에 관계없이 우선 생명이 위급한 동물들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경우, 지역자치단체들이 응급처치를 하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사실 로드킬은 인간의 자연 개발, 운전자 과속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드킬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일 겁니다. 하지만 발생했다면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 신고하는 등의 대처가 필요합니다. 또 아직까지 로드킬 예방 관련 근본적인 조사가 미흡한 상황이라 예방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관련 조사와 대책도 활발하게 논의되길 바랍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김선규 인턴기자(서강대 사학과 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