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포기 등 저출산으로 이어져
성장 위축시켜 다시 고용여건 악화
나라 미래 생존전략으로 접근해야
#. 2000년대 중반 ‘히키코모리’, ‘니트’(NEET), ‘프리터’(freeter)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이웃나라 일본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방에서 몇 달씩 나오지 않거나(히키코모리), 구직이나 직업교육 의지도 없는(니트), 또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프리터) 특이한 젊은이들이 일본에 수백만명씩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1990년대 장기불황의 여파로 청년실업이 고착화되면서 생겨난 사회 현상들. 당시 일본 다이이치생명 연구소는 니트족에 의한 소비억제로 2003년 일본 경제성장률이 0.15%포인트 낮아졌고, 2000~2005년 일본의 잠재성장률도 0.25%포인트 하락할 거라고 전망했다.
청년실업은 운 나쁜 이들의 일시적인 불행이 아니다. 청년층의 소비위축은 한 사회의 결혼ㆍ출산 포기로 이어지고 결국 저출산ㆍ저성장을 심화시켜 다시 고용여건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된다. 청년실업 해결이 불우이웃 돕기 같은 시혜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건 생존전략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한 나라의 성장능력과 청년실업률의 민감한 반비례 관계는 과거 선진국에서 자주 목격된다. 1970년대 후반 미국 제조업이 일본에 추월 당하면서 잠재성장률이 한단계(4%대→3%대) 하락하자 청년실업률 갭은 1.5%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1990년대 초반 통화위기로 유럽 각국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뒤 각 나라의 청년실업률은 1.5~2배 이상까지 치솟았다.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등이 각고의 노력 끝에 예전 청년실업률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10년이 걸렸지만 벨기에는 10년 후에도 여전히 위기 이전의 1.8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번 높아진 청년실업률은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교훈이다.
이웃 일본 역시 1990년대 버블 붕괴로 잠재성장률이 4%대에서 1%로 급락하자 1980년대 4%대에 머물던 청년실업률이 1990년대 9%대로 급증했다. 일본 청년실업률 갭은 1990년대 전반 2%포인트에서 2000년 초반 4.7%포인트까지 치솟았다. 니트족, 프리터족 같은 청년고용의 부작용이 본격화된 것도 이 시기였다.
청년실업은 저성장의 결과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졸업 후 미취업 기간이 길어지면 학창시절 쌓은 지식ㆍ기술이 가치를 잃는다. 사회생활 초기 직장에서 기술을 습득할 기회도 놓치고 결국 취업ㆍ근로의욕마저 잃기 쉽다. 사회 전체로는 엄청난 인적자본 손실이다.
결국 이들이 경제활동의 주력이 되어야 할 시점에 경제 전체의 기업가 정신, 노동의욕, 창의성 등 동반 부실 현상이 벌어져 성장잠재력을 더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 실업은 나라 전체로 봤을 땐 인적 자본에 녹이 스는 것이며 이것은 다시 경제 성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