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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감독 시험 이어 학생이 주인인 '거꾸로 수업'… 서울대 자연대의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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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감독 시험 이어 학생이 주인인 '거꾸로 수업'… 서울대 자연대의 파격

입력
2015.07.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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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자연대가 잇따라 파격적인 학사운영 방안을 내놓아 주목된다. 최근 논란이 된 집단 부정행위(커닝) 사태를 ‘무감독 시험’으로 돌파하겠다는 역발상 해법을 발표한 데 이어, 전공 불문의 융합형 강의를 신설하고 새로운 교수법도 도입키로 했다.

서울대 자연대는 내년 1학기부터 전공과 관계 없이 자연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융합과학’ 과목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교수의 질문에 학생 스스로 전공 지식을 총동원해 해답을 찾는 방식인데,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 명문대 강의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가령 교수는 과학 이론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던 기존 강의에서 벗어나 실생활에 밀접한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진다. “우리 뇌가 쓰는 에너지는 몇 와트(W)일까?” “왜 에베레스트 산보다 높은 산은 없을까?” 등 선문답식 질문에 대해 수강생들은 조별로 모여 생물학ㆍ물리학ㆍ지구과학 등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답안을 만들어야 한다.

답을 구하려면 준비과정이 충분해야 하는 만큼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으로 명명된 신 교수법도 활용된다. 거꾸로 수업에서는 학생이 주인이다. 수강생이 강의 주제를 미리 공부해 온 뒤 예습 내용을 토대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질문하며 수업을 이끌어 간다. 융합과학의 경우 학생들은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유튜브 영상을 보고 미리 이론을 익혀 와야 한다.

서울대 자연대가 이런 실험적 강의와 교수법을 구상한 것은 갈수록 순수학문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변화에도 소극적이라는 자성에서 비롯됐다. 자연대는 지금까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 아래 저학년 때부터 세분화된 전공 강의와 이론을 가르쳐 왔다. 자연대 관계자는 “자신의 전공이 아니면 기본적인 과학 질문에도 답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며 “통합적인 사고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학교 뜻에 공감한 명예교수 4명이 지난해부터 융합과학 강의연구위원으로 발벗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강의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자연대가 지나치게 연구에만 치중한다는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우수 강의 10개를 선정, 시상할 계획이다. 우선 학생 평가와 교수간 추천 등을 거쳐 제1회 우수 강의자로 뽑힌 자연대 교수 10명이 9월 성낙인 서울대 총장에게서 금메달을 수여 받는다. 김성근 자연대학장은 “공과대나 경영대와 달리 산학협력이 적은 자연대는 그간 연구에만 천착해온 측면이 크다”며 “파격 실험을 통해 연구실 문을 열고 현실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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