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쓰이던 말이다. 아마 처음에는 PC게임을 하면서 채팅을 하던 이들이 쓰기 시작했던 걸로 추정된다. 유행어라기에는 낡은 셈이지만 문자 메시지, 메신저, 전자게시판 및 블로그의 글과 댓글, 이메일 등에서 지금도 여전히 폭넓게 쓰이고 있다.
한국어 화자들은 이 말이 ‘크크크’라는 웃음소리에서 초성만을 따와서 줄인 말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안다. 미소, 실소, 냉소, 고소, 조소, 홍소, 파안대소, 폭소 등을 ‘ㅋㅋㅋ’로 다 처리할 수 있다. 한국어에는 웃음소리와 웃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성어 및 의태어가 수십 개 있는데 ‘ㅋㅋㅋ’는 이 모든 것을 뜻하거나 가리키거나 대신하거나 함축한다. 일본에서는 ‘www’가 쓰이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경우, 웃을 ‘소(笑, 와라이)’자를 로마자 모드에서 입력할 경우 w부터 시작하게 되므로 w가 ‘소’자를 대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ㅋㅋㅋ’는 ‘ㅋ’ 한 개로부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는 식으로 열 타 이상 한 줄 넘게까지도 쓰는 경우가 있다. 입력할 때 ‘ㅋ’의 개수를 정하는 일은 본디 스마트폰의 문자 입력방식에 달린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일정한 의미의 차이를 낳는다.
대개 ‘ㅋ’는 무심하게 동의하는 상황의 웃음을 뜻한다. ‘그래ㅋ’ ‘좋네ㅋ’ ‘응ㅋ’은 본격적인 웃음이라기보다는 그저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간 경우를 나타낸다는 느낌을 준다. ‘ㅋ’만을 쓰면 ‘큭’ 혹은 ‘킥’으로 해석될 수 있다. ‘뭐해?ㅋ’ ‘그래서ㅋ’ ‘미안ㅋ’의 경우에서 ‘ㅋ’는 상투적인 군말의 역할을 하는데, 그저 스페이스키 대신에 썼다는 느낌을 준다.
그에 비해 ‘ㅋㅋ’는 하나가 더 많지만 오히려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좋게 해석하면 ‘그렇군’의 뜻이고, 조금 나쁘게는, 오고 가는 대화에 대해 의례적, 기계적으로 추임새를 넣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ㅋㅋ’는 미혼남녀들이 가장 싫어하는 성의 없는 메신저 말투로 꼽은 적도 있다.
보통 많이 쓰게 되는 ‘ㅋㅋㅋ’는 비교적 중립적이다. 내 경우 ‘ㅋㅋㅋ’를 칠 때에는 마치 초성, 중성, 종성을 다 입력해서 웃음소리를 나타낸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웃는 감정과 관련해서, 더도 덜도 아니라 딱 그저, 사태나 말 등이 웃긴다는 것을 표현한다는 뉘앙스를 갖는다.
따라서 ‘ㅋㅋㅋㅋ’부터가 정말 웃긴다는 반응을 나름 정성과 에너지를 들여서 표현하는 것이 된다. 네 개부터는 의미의 함축 정도나 정서의 강도가 거의 같다. 이런 점에서 ‘ㅋㅋㅋㅋ’는 실질적으로 웃긴다는 것을 표현하는, 의미의 최소값에 해당한다.
일본 용례도 한국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ちょwwwおまwww”는 관례적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인데, 직역하면 “이봐ㅋㅋㅋ너ㅋㅋㅋ”가 되는데, “이봐,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라고 말할 작정이었는데 그걸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웃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을 나타낸다고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죽음과 세금 빼놓고 인생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한 바가 있다. 이렇듯 삭막한 삶을 사는 데 있어서 웃음과 유머가 일종의 약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해 왔으며, 오늘날 웃음이나 유머의 효능은 신경과학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한국어 ‘ㅋ’는 가장 빠르고도 효율적으로 웃음이나 유머를 전달하고 퍼뜨리는 매개체다.
‘^^’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고, 때로는 가식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ㅎㅎ’는 귀여운 느낌, 때에 따라서는 여성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반면에 ‘ㅋㅋㅋ’는 편하게 웃음소리를 들려준다는 뉘앙스를 갖는다. 게다가 ‘ㅋㅋㅋ’는 침묵이나 공백의 상황을 대신 메꾸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ㅋ’를 너무 많이 쓰면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우리의 언어 능력 내지는 한국어 구사 능력을 퇴보시킨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하지만 웃긴 상황이나 사태에 대한 우리의 공감과 호응을 상대에게 전달하거나 커뮤니케이션 상황 아래에 깔린 유머러스한 태도를 드러내는 데 ‘ㅋㅋㅋ’만큼 편하고 빠른 것도 없다. 예컨대, “국정원 직원들이 성명을ㅋㅋㅋ쩌네ㅋ아예 국회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지?ㅋㅋㅋㅋ”라고 하면 된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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