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급증하는 소아비만, 성 호르몬 분비 촉진의 원인
사춘기 등 이차성징 앞당겨, 키 성장까지 가로막아
영양과잉·스트레스 등 피하고 천연 한약재 생약성분도 도움
요즘 어린이들은 서구화된 식습관 등에 따라 열량을 과다 섭취하는 반면 운동량은 부족해 비만해지기 쉽다. 소아비만은 커서 심장병 같은 만성병의 원인인 데다 성조숙증이나 저신장 등을 2차적으로 유발할 수 있으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1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내 비만아동의 비율이 해마다 올라가고 있어 성조숙증 같은 합병증 발병에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초중고 비만 학생 비율은 2006년 11.6%에서 지난해 15%로 높아졌다. 이 같은 수치는 국내 아동 비만율이 6~11세 6.1%, 12~18세 12.7%라는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서 더 올라간 것이다.
소아비만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지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 같은 대사증후군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10~13세 때 비만 아동의 10명 중 7명가량은 성인이 돼서도 비만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아비만에 따른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동에서 비만은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사춘기와 초경(여아)을 앞당기는 한편, 저신장증까지 2차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
소아비만이 성조숙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은 국내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 신시내티아동병원(Cincinnati Children's Hospital Medical Center) 의료진이 2004~2011년 미국 여아 1,2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여아의 가슴이 커지는 시점이 1997년 조사 때의 9세에서 8세로 한 살가량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고, 체중의 증가가 이 같은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성조숙증은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아의 평균 초경 연령은 1970년대 14.4세에서 2010년 11.98세로 40년 새 2.4세가량 빨라졌다.
성조숙증은 사춘기 이차성징(secondary sexual characteristics)이 이른 나이에 나타나는 신체 현상으로,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호르몬이 촉발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 환자는 2006년 6,400명에서 2013년 6만6,000명으로 7년새 10배로 증가했다. 만 8세 이전에 여아 가슴에 멍울이 잡히거나 간지러움이나 통증을 느낄 경우, 남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거나 변성이 시작될 경우 성조숙증일 가능성이 있다.
빨라진 사춘기와 초경은 키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2010년 기술표준원의 ‘한국인의 인체치수 측정’ 조사결과, 한국인 평균키는 남성 174㎝, 여자 160.5㎝로 2003년(남성 174㎝ㆍ여성 160.3㎝) 이후 정체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은 12세, 남성은 15세에 이르면 성장속도가 둔화해 이후 평균 4∼5㎝ 더 자라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조숙증이 키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뭘까. 성장전문 한의원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박승찬 원장은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급성장기를 거치기 때문에 처음에는 키가 잘 자라는 듯 하지만 결국엔 신체 변화에 따라 성장판이 일찍 닫히므로 최종 키는 정상적으로 사춘기를 거친 경우보다 더 작아질 수 있다”고 했다. 사춘기를 1년 빨리 시작하면 최종 키가 평균 5cm 작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성조숙증의 경우 모든 아이들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키가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진행이 빠른 경우, 심리적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될 때 치료를 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천연 한약재에서 추출한 생약 성분(EIFㆍEstrogen Inhibiting Formulae) 조성물이 호르몬 수치를 낮춰 성조숙증 지연을 돕는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나왔다. 한국식품연구원 한찬규 박사팀은 EIF를 어린 암컷 쥐에게 2주간 투여하는 동물실험을 실시한 결과 EIF가 호르몬 수치를 낮춰 성조숙증의 지연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 박사팀의 연구결과 EIF조성물 5% 처리군의 혈중 호르몬 농도는 대조군에 비해 평균 20% 낮았고, 2.5%처리군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
박 원장은 “최근 증가하는 성조숙증은 대부분 병적 증상이 아니라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이라며 “비만이나 영양과잉, 환경호르몬 노출, 정식적인 스트레스 등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발병 위험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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